‘이매자(Maija Rhee Devine)’의 ‘음천(音天; The Voices of Heaven)’은 재미 한인 작가가 쓴 첫 한국어 장편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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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을 주요 배경으로, 한국전쟁 전(前)과 전쟁 당시 그리고 전쟁 후(後)로 나누어 그를 겪어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이 소설은, 많이 다뤄진 소재를 통해 역사와 가족, 시대상과 개인의 변화같은 나름 익숙한 주제들을 다루고 있는 것과 달리, 아니 어쩌면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좀 독특하게 느껴지는 점들이 있다.

남아선호사상, 가부장재, 유교적인 가정관 등 소위 남존여비라 할 수 있는 것들을 다루는 것부터가 좀 그렇다.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음천’과 그의 가족은 옛 가족상이라 하면 흔히 그리곤 하는 권위적이고 고압적이기만 한 것과는 꽤나 다르다.

그렇다고 딱히 이들이 시대를 앞서갔거나 당시의 사회 문화적인 부분에서 크게 벗어나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출가외인, 처첩제같은 당시의 사회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인물에 가깝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이미 꽤나 현대적인 면모들을 보이기 때문에 묘한 낯설음이 있다. 교포 2세나 3세가 아닌, 이민 1세가 심지어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한 자전적인 이야기를 써낸 소설이 이렇다는게 꽤 신기하다.

이건 이후 계속되는 가족사와 여성사로도 이어져서 한국근대사를 다소 퓨전적으로 다뤘다고 느끼게 하는데, 그게 이 소설을 좀 신선하게 만든다.

소설은 영어로 썼던 것을 저자가 직접 한국어로 다시 쓴 것인 듯 한데, 일부 어색한 문장이나 오타같은 게 엿보이기도 하나, 한국 태생이라서 그런지 단어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무리가 없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