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리 킹(Emily R. King)’의 ‘전사의 여왕(The Warrior Queen)’은 타라칸드 제국의 고아 소녀 칼린다의 이야기를 다룬 ‘백 번째 여왕’ 시리즈의 완결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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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번째 여왕 시리즈(The Hundredth Queen Series)’는 중세 제국과 신화적 판타지가 뒤섞인 듯한 소설이다. 다행인 것은 이 두가지가 나름 매력적으로 잘 어우러졌다는 것이다. 그래도 초반이 나름 전쟁과 혁명 등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갔다면, 뒤로 갈수록 신화적인 판타지의 색채가 좀 더 강해지는 측면이 있다. 그건 마지막 권인 전사의 여왕에서 더욱 그렇다. 칼린다가 데븐을 위해 지옥으로 여행하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자연히 널리 알려져 익숙한 그리스 로마신화를 떠올리게도 했다. 지옥에 끌려간 것이나, 그를 되찾기 위해서 애쓴다는 점, 그리고 그곳에서 모종의 대가를 치루게 되리라는 것 등이 대부분 유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게 꼭 거기에서 가져온 것 같지는 않았다. 동양에도 비슷한 신화가 있으니, 수메르 신화에도 있겠다 싶어서다. 지역과 민족, 문화가 다른데도 이렇게 유사한 신화들이 있는 걸 보면 신기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칼린다의 지옥 이야기는 마치 신화를 재현하는 것 같아서 신화 그 자체를 읽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는데, 그러면서도 시리즈만의 이야기와도 잘 엮어냈고 그러면서 떡밥등을 풀어내기도 하기 때문에 최종적인 해설편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게 시리즈를 마루리 짓는데는 더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었지만, 그를 위해 신이라는 장치를 끌어온 것은 조금 너무 편하게 가려고 그랬던 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칼린다와는 다른 한편에서는 제국의 부흥을 위해 애쓰는 모습을 그렸는데, 이것도 딱히 큰 이야기가 있다기보다는 정리 수순에 들어가는 것처럼 보였다. 이건 또한 제국의 미래나 제왕으로서의 자질을 보여줄 이벤트이기도 해서 과연 제국민들이 이를 어떻게 극복해나갈지 기대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제국 이야기도 결국엔 쉬운 선택을 한 것처럼 보였다. 이것도 결국엔 신에게 기댄 형식으로 해소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금 아쉬움도 남았다.

그래도 그게 전혀 다른 듯 흘러가던 칼린다와 제국의 이야기를 한데 묶어주며, 나름 깔끔한 결말을 맺을 수 있게 해주기도 했다. 엔딩 역시 대장정의 마무리로 나쁘지 않다. 시리즈를 보면서 그간 답답하거나 황당한 적도 있었으나, 이 정도면 꽤 잘 마무리하지 않았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