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제이 사프콥스키(Andrzej Sapkowski)’의 ‘위쳐: 이성의 목소리(Ostatnie życzenie / The Last Wish)’는 독특한 괴물 헌터 위쳐를 주인공으로 한 판타지 소설이다.

표지

이 책은 정확히 말하자면 위쳐 소설 시리즈로는 두번째로 나온 책이다. ‘운명의 검’이 더 먼저 나왔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 책을 1권으로 간주하는 것은, 내용적으로 ‘운명의 검’이전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애초에 이 책이 파일럿에 가까운 소설 ‘더 위쳐(Wiedźmin / The Witcher)’의 개정판이라 할 수 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얘기다.

시리즈 전체로 보면 이 1권 이전에도 단편이집이 몇개 있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1권인데도 불구하고 배경이나 캐릭터 설명이 조금은 부족한 느낌도 든다.

책에는 총 7편의 에피소가 수록되어있는데, 가장 긴 에피소드 ‘이성의 목소리’를 쪼개고 그 사이 사이에 다른 에피소드들을 배치했다. 그런데, 그게 이야기 흐름상 서순이 맞아서 그런 것도 아니고, 다른 에피소드가 딱히 ‘이성의 목소리’의 내용을 설명해 주는 것도 아니어서1, 굳이 왜 이런 배치를 했는지 잘 모르겠다. 오히려 에피소드가 중간 중간에 끊기고,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썩 마뜩지 않았다.

소설은 신화나 동화처럼 이미 익숙할법한 이야기들을 많이 차용했는데, 그걸 그대로 가져다 쓴게 아니라 소설 속 세계관에 맞게 비틀어서 원래 알던 것과 비교해 보는 것만으로도 묘하게 매력을 느끼게 한다. 마법과 돌연변이들이 존재하는 세계관이라던가, 사람들에게 썩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인 위쳐를 주인공으로 다양한 괴물들이나 인간과의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이야기 역시 매력적이다.

때때로 농담으로 느껴질만한 내용들이 나오기도 하지만, 잔인하고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인 내용들도 나오고, 음모나 배신 같은 인간의 구린 뒷면 같은 것들도 다루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느 꽤 어두운 편이다. 인간과 괴물을 은근히 비교하기도 하기에 때로는 과연 누가 더 인간적인지 생각해보게도 한다.

아쉬운 것은 액션이 썩 훌륭하지는 않다는 거다. 눈에 그릴 듯 선명하지는 않아서 때때로 어쨌다는 건지 생각하느라 멈칫 하게 된다.

인쇄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아 뒷 쪽의 인쇄가 그대로 묻어 나온 페이지가 꽤 있는 것도 아쉽다.

주석도 일부에만 단편적으로 달린 편이라 유럽 신화에 대해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겐 조금 불친절하게 느껴질 수 있다. 이건 인터넷도 뒤져보고 시리즈 보면서 익숙해지는 수밖에는 어쩔 수 없을 것 같다. 한국에서 소설 자체의 인기가 그렇게 좋지만은 않았던 것도 이런 것에 이유가 있지 않나 싶다.

동유럽권에서 인기였던 소설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게된데는 역시 (공식은 아니나) 소설 이후의 이야기를 그린 게임 시리즈의 성공 때문이라 할 수 있는데, 그런 인기에 힘입어 드라마화까지 된 것은 정말 반가운 일이다. 드라마는 소설을 원작으로 했으니, 원작 소설을 어떻게 표현했을지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하다.

  1. 일부 그런면이 있기는 하나, 꼭 그런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