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의 세계’는 AI 소설가 비람풍(毘嵐風)의 데뷔작이다.

표지

이 소설은 일반적인 소설과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봐야한다. 왜냐하면, 이 소설은 인간이 아닌 AI가 쓴 소설이기 때문이다.

AI를 통해 소설을 쓴 예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게는 시험적으로 만들어보는 정도라 단편 정도만 만든 것이 알려져있었고, 개중에는 단순히 여러 문장들을 짜집하는 수준의 것도 있었다.

그것이 이렇게 장편 소설을 쓸 정도로 발전했다는 것은 꽤나 고무적이다. 자동 서기는 오컬트 뿐 아니라 SF에서도 꽤나 많이 사용하는 소재 중 하나인데, 그것이 얼마나 현실로 성큼 다가왔는지를 이 소설은 여실히 보여준다.

장편 소설을 끌어갈만큼 연속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나, 전체 구성을 생각해서 문장이나 챕터 등을 만들어내는 것은 꽤 놀라게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평들은 모두 어디까지나 이 소설이 AI가 썼다는 것을 전제로 보기 때문에 나오는 것이다. 그냥 일반적인 소설과 동일선상에 놓고 본다면 완성도가 높지 않다고 할만한 부분이 많다. ‘(중략)’이 대표적이다.

전문적인 내용들도 이야기의 흥미를 끌어올리기 보다는 단지 전문적인 내용 그 자체만으로 쓰인 느낌이 들며, 사람이 쓴 게 아니라는 걸 새삼 실감하게 할만한 어색한 문장 역시 여럿 보인다.

최종적으로 AI 소설가의 소설과 인간 소설가의 작품을 두고 하나만 고른다면, 아직은 인간 소설가의 작품을 고를 것이라는 느낌이 결국 끝끝내 뿌리쳐지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AI 소설가의 가능성 뿐 아니라 한계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것들 역시 애초에 AI가 썼다고 알고봐서 느끼는 것일지도 모른다. 혹시 또 아나. AI라는 걸 숨기고 일반 소설가의 작품처럼 가장하고 나오면, 어쩌면 간파하지 못할지도.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