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뱅 누벨(Sylvain Neuvel)’의 ‘테미스 파일 시리즈(The Themis Files Series)’는 고대 로봇과 외계인과의 만남을 인터뷰 형식을 이용해 페이크 다큐처럼 담아낸 SF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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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은 언뜻 ‘세계대전Z’를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세계대전Z는 실제로 이 소설을 소개할 때 언급하는 책이기도 하다. 여러 곳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인터뷰 기록 형식으로 담았다는 점에서 유사한 면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녹취록이라는 책 컨셉이 유사할 뿐, 대사 위주로만 기술한 이 소설은 세계대전Z의 그것과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이야기가 주는 재미 역시 그렇다.

사실, 읽다보면 이 소설을 굳이 왜 이런 형식으로 썼나 의문이 들기도 한다. 현실과는 동떨어진 SF를 그렸다는 점에서 이미 ‘다큐멘터리처럼 보여 사실감을 높이겠다’는 것도 요원한데, 반면 대화 기록만으로는 상황이나 장면 묘사를 제대로 할 수도 없다는 점은 여전해서, 그런 장면에서는 굳이 독자를 위해서 어거지로 주저리는 모양새를 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각 권 프롤로그는 일반 소설 형식으로 썼는데, 그냥 그런 식으로 전체를 다 썼다면 어땠을까 궁금하기도 하다.

다행히,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 자체는 흥미롭다. 일단 소재부터가 그렇지 않은가. 고대에 묻힌 거대 로봇이나, 그걸 만든 외계인의 존재, 그리고 그 외계인 무리들과의 만남 등. 과연 이에 열광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물론, 따지자면 이것들은 이미 여러 작품들을 통해 접했던 것이기는 하다. 하지만, 단지 그것들을 가져와 우려먹기만 한 게 아니라, 인간들의 이야기와 함께 잘 버무리고, 중간 중간에 감춰둔 비밀에 대한 떡밥들을 뿌리면서 이후 이야기를 흥미롭게 읽어나갈 수 있게 하기도 했다. 그래서 꽤 재미있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다만, 몇몇 부분들은 제대로 설명되지 않기에 SF 소설로서는 조금 아쉽기도 했다. 비록 현대에 재현할 수 있는 사건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SF는 과학을 기반으로 하므로 ‘그럴듯함’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 소설은 그게 좀 부족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충분히 발달한 기술은 마법과 구분할 수 없다.’1고는 하지만, 그래도 너무 설명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최소한 1, 2권을 보는 동안에는 그렇다. 후속권에서 이에 대한 답이 나올지 모르겠다.

번역은 대체로 무난하지만, 때때로 오타나 이상한 문장들도 눈에 밟힌다. 오역이라고까지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한국어로서는 영 어색하달까. 안그래도 녹취록이라는 형태라 호불호가 갈리는데, 대사까지 그래서야, 음. 원문을 그대로 번역하는게 요즘 추세인지는 어쩐지는 잘 모르겠지만, 좀 더 한국어로서 자연스럽게 다듬었으면 좋았겠단 생각이 든다.

테미스 파일 시리즈는 현재 ‘잠자는 거인(Sleeping Giants)’, ‘깨어난 신(Waking Gods)’ 2권이 발간되었다. 동시 발간을 해서 한번에 이어볼 수 있는 게 꽤 좋은데, 3권 ‘Only Human’은 같이 나오지 않아서 좀 아쉽기도 하다. 아마 번역과 출판 작업을 하는 기간이 있어 시기가 잘 안맞은게 아닌가 싶다.

시리즈는 이후 출간될 3권으로 마무리 될 듯 한데, 마지막 권에는 어떤 내용이 이어질지, 또 풀어놨던 이야기들은 어떤 결말로 마무리될지 궁금하다.

  1. ‘아서 C. 클라크(Arthur Charles Clarke)’가 고안한 ‘클라크의 삼법칙(Clarke’s three laws)’ 중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