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너머에 사람이 있다’는 16년 차 부장검사 안종오가 검사로서 생활해 오면서 겪은 일들과 생각을 함께 적은 일종의 회고록이다.

안종오 - 기록 너머에 사람이 있다

검사 하면 떠오르는 건 뭘까. 대체로 영웅 혹은 부패한 악인이 아닐까.

전자라면 드라마 HERO를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거기에서 검사는 외세에 흔들림 없이 진실을 밝히고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지 않는 믿을 수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최후의 최후에 이르렀을 때도 진실을 알아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의지한다.

부패한 악인이라면 현실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뉴스에서 자주 보지 않던가. 권력에 아첨하고 그 권력에 편승하며 자기들만의 세력을 만들어 잘못을 저지르고도 태평하고, 피의자가 되어서도 팔짱 끼고 웃으며 여유 부릴 수 있는 것들.

이렇게 극단적이며, 영웅으로서의 검찰은 현실에서 볼 수 없으므로 검사에 대한 이미지는 부정적인 것에 가깝다.

그런 검사를 하는 사람이 쓴 책은 어떤 내용일까. 호쾌하게 진실을 파헤치며 악인에겐 벌을, 억울한 자에겐 빛을 보여주는 영웅담일까. 아니면, 자신의 행적을 합리화하는 기분 나쁜 변명서일까.

이 책은 둘 다 아니다. 경험을 이야기할 때도 그저 겪었던 일을 담담하게 이야기할 뿐이다. 거기에 얻게 된 교훈이나 다짐 같은 것을 덧붙였다. 사건 이야기를 할 때도 사건의 흐름이나 수사 과정 같은 것보다 거기에 있었던 사람 이야기를 한다. 마치 피해자도 사람이고 가해자도 사람이라고 얘기하는 것 같다. 그러면서 검사도 사람이라고 드러낸다.

그래서 보다 보면 검사도 별거 없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겪어보지 않은 ‘검사’라는 직업으로서의 경험이 있을 뿐인데, 그건 검사가 아닌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도 마찬가지 아닌가. 실수도 하고 다른 사람과 부대끼면서 새로운 걸 알고 깨닫고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