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후회하지 않는다’는 한 살인마와 그의 뒤를 쫒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표지

일단 추리 소설로 분류되는 소설이긴 하다만, 막상 읽어보면 별로 그런 소설 같지가 않다. 처음부터 범인을 공개하고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것도 단지 범인 입장에서의 생각과 행동을 일부 묘사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범인 자신이 실명으로 등장해 생활하고 일을 벌이기도 하는 등 형사들과 똑같은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투명하게 그려지기 때문에 그걸 옵저버처럼 모두 보고있는 독자 입장에서는 미스터리 같은 걸 크게 느끼긴 어렵다.

이런 특징은 형사 드라마로서의 재미도 좀 반감시키는데, 이렇게 다소 애매한 장르소설같은 모양새가 된 것은 그런 범죄의 조각들을 짜맞추어가는 재미가 아니라 다소 철학적인 질문같은 걸 주요한 것으로 삼고 있어서 그렇다.

책에서 화두를 던지는 질문은 꽤 여러가지다. 가장 간단하게는 선과 악이란 것이 있겠고, 더 나아가면 회계나 구원, 신과 악마의 정체성, 종교와 삶의 가치와 의미, 그리고 죽음에 대한 것까지를 여러 등장인물들을 통해 중간 중간 하나씩 던지며 이야기를 진행해나간다.

어느 하나에 초점을 맞춰 그것을 계속해서 부각시키는 식으로 이야기를 짠 게 아니기 때문에 주제를 조명하는 것이나 그에 대한 저자의 생각 같은 것이 그렇게 크고 선명하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개중엔 공감할 수 없는 이야기들도 있어서 더 그렇다. 주제가 하나일 경우에는 모든 이야기가 기둥으로써 그것을 바치고 있기 때문에 하나가 어설퍼도 나머지가 보조를 해줄 수 있는데, 이 소설은 여러 이야기를 하다보니 그런 점이 좀 약하다.

등장인물들이 가진 논리나 선택도 가능성을 넘어 ‘충분히 그럴 수 있겠구나’하는데까지는 끝내 납득이 되지 않아서 뒤가 좀 찝찝한 아쉬움을 남긴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