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고구려’는 널리 알려지지않아 모르는 사람도 많은 제나라(濟)의 역사를 담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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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라(濟)는 782년 고구려 유민 출신인 이납(李納)이 세운 왕국이다. 이 책은 시조로 추존되는 그의 아버지 이정기(李正己, 본명 이회옥(李懷玉)) 때부터 제나라 멸망까지의 60년 역사를 담은 것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제나라의 역사를 저자는 어떻게 썼을까. 정답은 기록이다. 저자는 구당서(舊唐書), 태평광기(太平廣記), 책부원구(册府元龜), 자치통감(資治通鑑) 등의 옛 문서를 통해 제나라의 역사를 정리했는데, 특히 당나라의 정사인 구당서를 많이 참고했다. 구당서 중 이정기 열전을 뼈대로 하고 다른 문서를 통해 살을 보탠 느낌이다.

기록 중에는 해석이 갈리는 것들도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당시의 상황 등을 따져서 설명하는 방식을 취했다. 그러자니 자연히 중국의 역사가들과는 다른 시각을 보이는데, 그들의 시각이 어떤 점에서 잘못됐는가를 나름 잘 반박하기도 했고, 저자의 생각도 억지스럽지 않고 그럴듯하여 받아들일만 했다.

물론, 제나라가 한국의 역사라는 점에 대해 의구심이 전혀 들지 않는것은 아니다. 이정기가 당 치하에서 관직을 지내기도 했고, 또 황실에 호적을 올리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비록 고구려 유민 출신이라고는 하나, 당에 귀화한 것으로 볼 수도 있는 것 아닐까. 왜 제나라는 중국의 일개 지방 군벌이 아닌걸까.

그것은 제나라가 사실상 독립국이었기 때문이다. 당에 세금도 바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정령(政令)도 따르지 않았고, 신하도 스스로 임명했으며 번봉(藩封)을 세습하기도 했다. 실제로 당에서 독립성을 인정했다고도 한다. 제 멸망 후 다른 절도사들과 달리 유독 학살을 벌였던 것도, 제나라를 다른 절도사와 같은 일반적인 지방 군벌로 보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는 예다.

중국에는 고구려를 중국 역사로 끌어들이려는 동북공정(東北工程)이란게 있다. 고구려의 후예가 세운 제나라를 인정하지 않는건, 그런 일환으로 보이기도 한다.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그러한 것 중 하나인 리따룽(李大龍)의 주장을 반박했는데, 동북공정이 어떤 식으로 이뤄지고 또 왜 잘못되었는지 볼 수 있다.

침략을 많이 당해서 그런지, 아니면 당장 살기가 힘들어서 그런지 한국은 역사를 소홀히 하는 모습을 많이 보인다. 하지만,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하지 않던가. 지금은 고구려도 발해도 제나라도 한국 역사의 한 측면으로 보지만, 이대로 잊어 가다간 결국 없어지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도록 동북공정에 지지않는 역사 연구가 계속 이뤄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