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깜짝할 사이 서른셋’은 부족한 사람들이 만나 서로에 대해 알아가면서 그 부족함을 채워가는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표지

서른 셋, 참 미묘한 나이다. 나이를 많이 먹었다고 하기에는 조금 그렇지만 그렇다고 젊다고도 할 수도 없어서, 눈 앞에 닥친 현실을 보면 그대로 안주하기엔 불만스럽고 그렇다고 새롭게 시작하기엔 조금 버거운 생각도 드는 그런 나이다.

생활만 그럴까. 인생도 그러해서 썩 마음에 들진 않지만 그렇다고 막상 바꾸자고 하기엔 거시기한 케케묵은 과거가 있기도 하다. 예를들면, 가족과의 불화같은 것 말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왜 그렇게까지 된 것인지 모를만큼 딱히 거창한 이유도 없다. 그저 단지 약간의 실수, 감정의 어긋남, 모면하고 싶었던 순간이 있을 뿐이다.

그런 것들은 어쩌다 그렇게 되버렸던 것처럼, 결국 그렇게 남아버리는 경우가 많다. 특별한 계기가 없다면 말이다.

묘하게 현실적인 사연들을 갖고있는 소설 속 주인공들에게는 그래도 다행이었다. 작은 계기가 있었으니까 말이다. 서른세 살을 맞은 편집자, 늘 일에 치여사는 ‘영오’의 아버지가 남긴 묘한 메모가 그거다. 엉겁결에 메모의 사람들을 찾아다니게 되면서, 영오는 아버지의 몰랐던 모습을 알게도 되고 자신이 애써 부정했던 진실을 다시금 떠올린다. 그리고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왠지 지쳐버린 삶에도 다시 의미를 찾는다.

작가는 그 과정에서 각자의 이야기를 나름 공감가는 이야기들과 함께 잘 풀어냈는다. 그래서 보면서 감정이입이 되기도 하고, 왠지 모를 찡함을 느끼기도 한다. 중학생 미지의 입장에서 쓴 이야기들은 튀는 듯한 소녀의 이야기가 재미있게 읽히기도 했다.

다만, 이들이 만나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과정은 조금 너무 잘 풀리는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메모의 사람들과의 만남도 별 어려움 없으며, 그들과 만나 마음을 트는 것도 꽤 쉽게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게 이 소설이 현실과는 거리가 있는 이야기라는 걸 종종 실감케 하기도 했다.

많은 등장인물들이 나오고 그들의 사연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더 그렇다. 일부는 연결이 조금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개중에는 개인적으로 잘 와닿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그래도 아버지가 남긴 비밀같은 메모라던가 심부름이라던가 하는 걸 이용해 흥미롭게 이야기를 끌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고, 어찌보면 모두 공통되다 할 수 있는 결여를 가진 사람이 만나면서 서로에게 의미가 되는 이야기를 담았기 때문에 끝맛도 나쁘지는 않았다. 여러 사연을 다룬만큼 공감할만한 지점도 꽤 있다. 나와 맞닿아 있는 점들은 ‘나의 경우’를 다시 생각해보게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