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프 샤팍(Elif Shafak)’의 ‘이브의 세 딸(Three Daughters of Eve)’은 동양과 서양 사이에서 혼란스러운 튀르키예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표지

어떤 면에서 이 소설은 좀 사회소설같아 보이기도 하다. 정치적으로나 문화적으로도, 특히 종교적으로 혼란스러운 이스탄불을 배경으로 발전한 것 같으면서도 낙후되어있고 현대적인가 하면 지독한 과거 답습을 내보이는 모습을 다소 비판적으로 내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튀르키예가 이슬람 문화권에 속하는만큼 그런 것들 중 상당수는 여성문제에 대한 것인데, 그렇다고 저자는 노골적인 페미니즘성을 드러낸다든가 하는 식으로 작품을 소모하지 않고, 단지 지금도 벌어지고 있을 일들을 거기에 엮인 여러 사람들의 말과 행동을 통해 보여줌으로써 독자 스스로 느끼고 생각해보게 한다. 그러니까, 앞서 했던 ‘다소 비판적’이라고 했던 것도 독자가 우겨넣어준 것이 아닌 나 자신의 판단에 의한 느낌이란 것이다.

이런 전달 방식은 굉장히 훌륭하다. 매력적인 캐릭터, 흥미로운 이야기와 미묘한 어긋남 같은 것 없이 잘 버무려져 있기 때문에 더 그렇다.

튀르키예 이스탄불 출신으로 세계적이라 할만한 옥스퍼드 대학에 입학한 주인공 ‘페리’를 중심으로, 매력적인 교수 ‘아주르’와 그녀 부모의 이야기 등을 현재 그리고 그와 작은 연결고리로 이어진 과거 회상을 통해 튀르키예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서서히 전개해나가는게 꽤나 흡입력있다.

물론 그런식으로 흘러나오는 이야기가 꽤 많다보니 처음부터 거론되었던 중요한 비밀을 일부러 뒤로 더 뒤로 끌고 가는 듯한 답답함이 느껴지는 부분도 있지만, 그 사이를 매꾼 이야기들이나 그것들의 연결도 나쁘지 않고 최종적으로 밝혀질 진실을 더 궁금하게 하기도 해서 전체적으로는 그렇게 나쁘지 않다.

신에 대한 사유를 주요 소재 중 하나로 한 만큼 철학적인 이야기들도 많이 나오는데, 그것들도 꽤 재미있는 생각거리를 준다.

튀르키예에 관심이 있든, 여성문학에 관심이 있든, 아니면 신이나 인간에 관심이 있든, 꽤 흥미롭게 볼만한 소설이다.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