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라니 크라우더(Melanie Crowder)’의 ‘투명 소녀의 여행(Three Pennies)’은 한 소녀의 엄마찾기와 입양을 그린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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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71개의 작은 이야기로 쪼갠 이 이야기에는 여러 인물들이 등장한다.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일명 ‘투명 소녀’ 마린부터, 그녀의 입양을 희망하는 루시, 그들을 연결해주는 아동보호국의 길다 블랙본에, 조금은 뜬금없어 보이기도 하는 부엉이까지 나온다. 저자는 이들을 왔다갔다 하면서 큰 한 줄기의 이야기를 조금씩 풀어냈다.

시점을 오가며 자잘하게 쪼개서 이야리를 하는 것은 얼핏 산만하게 보이게도 하는데, 대신 그게 각자의 입장이나 생각, 그리고 시점 등을 보여주기도 해서 의외로 나쁘지는 않다.

더불어, 그렇게 했기 때문에 등장 인물들에게 조금 더 감정이입 할 수 있기도 하다. 해당 인물의 입장에서 이야기할 때는 마치 1인칭 시점같은 느낌이 있어서다. 자연히 엄마를 만나고 싶어하는 마린이나, 그런 마린과 함께 살고 싶어하면서도 또한 조심스러워하게되는 루시의 심정도 쉽게 공감이 간다.

이야기도 나름 잘 썼다. 엄마를 그리는 마음이나 어떻게 찾아내는지도 생각보다 현실적이고, 입양을 통해 새로운 가족이 되는 과정도 꽤 잘 그렸다. 그 과정에는 물론 소설에서나 볼법한 극적인 장치도 쓰이기는 했다만, 그것도 그렇게 어색하거나 하지 않게 담았다.

이들의 이야기들을 통해 입양에 대해서 좀 더 알게 하는 한편, 진정한 가족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게 하는 점도 좋았다.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생각보다 동양적인 요소를 많이 사용했다는 거다. 마린이 마음을 다잡기 위해 사용하는 ‘주역’도 그렇고, 루시를 중국계(성이 ‘챙’이다)로 설정한 것도 그렇고 말이다. 아마 작가가 그와 관련한 개인적인 경험이 있어서 그랬나 본데, 이야기적으로도 가족이란 혈육 뿐 아니라 인종과도 무관한 관계라는 것을 넌지시 담아낸 것 같아 의미있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