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가닥의 머리카락’은 ‘구로이와 루이코(黑岩 淚香)’, ‘아에바 고손(饗庭篁村)’, ‘모리타 시켄(森田 思軒)’ 세 작가의 일본 고전 단편 추리소설 6편을 담은 소설집이다.

표지

일본 추리물은 나름 알아주는 편이다. 이제는 다른 작품에서도 거론될 정도로 유명하고 또 사랑받는 시리즈도 여럿 있고, 작품 자체로도 외국의 유명한 작가들 못지않은 작품도 여럿 있다.

이 책은 그런 일본 추리 소설의 흐름과 경향을 파악해볼 수 있도록, 1880년대부터 1945년까지의 주요 추리소설을 엄선해 연대순으로 담아내는 걸 목표로 시작한 ‘일본 추리소설 시리즈’의 1편이다.

일본 추리소설의 시작점을 담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이제는 눈이 높아진 요즘 독자들이 보기엔 그렇게 만족스럽지 않을 수도 있다. 현재 일본 추리물의 강점이라고 할 수 있는 기발하고 잘 짜여진 트릭을 기반으로 한 이야기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당시 서양에서 들여오던 추리물과 유사해 보이는데, 이는 아마도 초기에 번역을 통해서 추리소설이라는 장르가 전해지다보니 자연스럽게 그를 닮은 이야기가 쓰여졌던 게 아닐까 싶다.

그래서 그런지 책에 수록된 작품도 6개 중 무려 4개가 외국 원작이다. 사실상 번역 작품이라는 말이다. 이게 조금은 ‘일본 추리소설 시리즈’라는 것에 물음표가 떠오르게 하기도 하는데, 그만큼 초기 일본 추리소설은 외국에서 들어온 추리소설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는 걸 보여주는 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의미가 있는 것은 그렇다 하더라도, 일본 추리소설을 기대하며 펼쳤었던 만큼 역시 아쉬움이 남는 구성이기도 하다.

옛 소설들은 담은 것이니 만큼 세련된 맛도 좀 떨어지나, 문장에서부터 풍겨오는 옛스런 냄새가 의외로 나쁘진 않다. 사건이나 추리도 좀 우연성에 기대거나 가능성을 크게 부풀리는 점 등이 보이나, 이야기 자체는 꽤 흥미로워서 나름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