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우다신(周大新)’의 ‘우아한 인생(天黑得很慢)’은 안타까운 노년의 삶을 그린 소설이다.

표지

구성이 참 독특한 책이다. 행사 일정으로 꾸며진 차례부터가 그렇다. 만약, 차례는 쳐다도 안보고 넘어가는 사람이라면, 금요일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까진, 대체 이 책이 무슨 얘기를 하려는 건가 의아함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일종의 광고 행사를 그린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의 이야기는 소설의 배경과 분위기를 전달해주는 프롤로그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에 무려 1/6이나 되는 긴 분량을 사용한 게 좀 묘하긴 한데, 노쇠에 대한 두려움과 장수에 대한 꿈, 그리고 그것을 쫒는다는 것의 허무함을 다분히 사기스런 장사치를 통해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것 등이 이후 이야기와 이어지며 강조의 역할도 하며 소설적으로 의미가 있는데다, 사전 행사로 충분히 예열을 해줌으로써 금요일부터 시작되는 본 이야기를 더 잘 따라갈 수 있게 해주기도 한다.

다소 근미래적인 시대를 배경으로 한 것 치고, 본 이야기는 대단히 현실적인 지금의 그것을 담고있다. 심뽀 고약한 늙은 노인네는 얼핏 독특해 보이지만 그의 생각이나 행동은 오히려 평범한 것에서 나온 것이다. 그가 겪는 노쇠와 질병 역시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예정된 것이라는 점에서 또한 그러하다. 그래서 생각보다 공감점이 높은 편이다.

소설은 고령화 사회에서 더 문제가 될 수밖에 없는 문제들을 보여줌으로써 노쇠는 물론 인간과 삶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한다. 그것을 재미있는 구성과 흡입력 있는 이야기로 보여주기에 완성도도 좋다.

늙어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 스스로는 어찌할 수 없는 막막함, 그리고 그것들이 낳는 잘못된 선택들은 인간의 욕망과 어리석음을 비판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으면서도, 피할 수 없게 닥치게 될 미래를 예언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 찝찝한 안쓰러움도 느끼게 한다. 한국어판은 ‘우아한 인생’이라는 제목을 붙임으로써 좀 느낌이 달라졌는데, 그런 점에선 서서히 저물어 어두워진다는 원제가 더 적절한 것 같기도 하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