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멈추는 틱토, 그리고 체나’는 김윤호의 두번째 소설집이다.

표지

책에는 서로 다른 세가지 이야기가 들어있다. 셋은 모두 판타지 장르라는 것을 제외하면 딱히 주제나 이야기의 무게감 등에서 공통적이라 할만한 것은 없다.

표제작인 ‘시간을 멈추는 틱토, 그리고 체나’는 상당히 동화같은 이야기다. 이 부분은 원래 그렇다는 식으로 설정이 되어있는 게 있고, 다분히 고전 신화 느낌이나 진행도 있는데다, 살짝 교훈적으로 마무리를 해서 더 그렇다. 그래서 이야기를 볼 때는 ‘왜?’하고 의문이 들던 것들이 이야기를 다 보고 나서는 굳이 필요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다만 제목은 다 보고나서 오히려 더 의문스러워지는데, 이야기에서는 ‘체나’가 무엇인지 제대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얼핏보면 ‘세나’의 오타같기도 한데, 오타라고 하기엔 표지를 포함해 너무 많은 곳을 그렇게 써놔서 아닌것 같기도 하고, 책 소개 등에서는 ‘세나’라고 표기한 것도 있어서 그냥 오타같기고 하고, 모르겠다. 그 와중에 6쪽, 63쪽, 208쪽에는 또 ‘체‘라고 해놨고. (이건 확실히 오타인 듯하다.) 그래서 대체 체나가 뭔지, 체나인건지, 세나인건지;

두번째 이야기인 ‘피아노·소스테누토’1는 마치 능력자 배틀물 만화같은 이야기다. 소리를 이용해 어떤 작용을 일으킨다는 것은 굉장히 고전적이지만 여전히 매력적인데 그걸 악기를 통해서 부릴 수 있다고 제한을 두고 인물간에 명확한 대립각을 세워 이야기를 끌어가는 건 나름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중간에 능력자 배틀물인 것처럼 쌓아온 설정을 한번에 깨부수는 내용이 등장해 좀 벙찌게 만들고, 후반부의 전개로 이어지게되는 계기나 그걸 깨닫게 되는 과정이 그리 마뜩지 않아서 좀 덜 다듬어진 것처럼 보인다.

마지막 ‘뫼비우스의 띠’는 더 그러한데, 뭔 이야기인가 싶다가 기묘하게 끝나기 때문이다. 이상 현상에 휩쓸린 주인공을 그려낸 것 자체는 어떻게 이어질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문제는 그게 뒤에 나오는 풍자적인 내용과 제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거다. 각각은 떼어놓고 봤을땐 나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둘 사이에는 전혀 연결점이 없어서 ‘뭐지?’하게 되는데, 그러는 사이에 아무 설명도 없이 그냥 그대로 이야기가 끝나버려 대략 멍하다. 설마, 이게 저자가 의도한 건가?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1. 음악 용어 조합으로, 굳이 해석하자면 ‘여리게, 음 길이를 충분히 끌어서’ 치라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