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우주선의 시간’은 안드로이드로 다시 태어난 우주 정찰선과 그의 전 주인 손녀의 모험을 그린 SF 소설이다.

표지

아이디어가 괜찮다. 버려진 우주선의 이야기라니. 미래에 응당 있을법한 자동 항법 시스템, 그것이 더욱 발전된 형태인 인공지능, 그것이 인간의 형상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설정은 그것만으로도 흥미로운 SF를 기대하게 한다.

그걸로 펼쳐낸 이야기도 꽤 괜찮다. 애초에 인연이 있는 소녀와 만나면서 여행을 떠나지만 그 과정에서 의도치 않았던 사건에 휘말리게 되고, 반목하면서 서로를 이해하며 알아가는 이런 이야기는 여러 측면에서 왕도에 가깝운 것이기도 하다.

안드로이드와 인간이 서로 알아가는 이야기는 종족(또는 신분) 차이를 극복하는 이야기로, 남성형인 안드로이드와 소녀의 만남은 전형적인 Boy meets Girl 클리셰라 할 수 있다. 어쩔 수 없이 버려지게 된다는 사연으로 결국 화해하게 될 것임을 암시하는 것이나, 둘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빌런에 해당하는 상대가 나타나면서 서로의 진심을 새삼 확인하게 되는 것 역시 전형적이다.

이런 점들은 소설은 조금 로맨스물과 유사하게 보이게도 한다. 하지만, 우주선인 ‘티스테’의 성장과 인간에 대한 고찰, 서로에 대한 이해와 화해를 더 주요하게 다루면서 그런 쪽으로는 빠지지 않는다. 그래서 만약 티스테를 소년으로 만들고 로맨스 요소를 넣었다면 어땠을까 궁금해지기도 하는데, 결론적으로는 그게 없었기 때문에 이야기가 불필요하게 흩어지거나 흐려지지 않았으니 잘한 것으로 보인다.

미래 지구와 우주에서의 생활을 그린 것이나 SF적인 설정도 꽤 괜찮다. 무겁지도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은 SF는 이들의 사연과 모험과도 잘 어울린다. 이야기에 실린 메시지나 주제의식도 괜찮은데, 이야기에도 잘 녹아있어 어색하게 튀거나 낯간지럽지 않다.

아쉬운 점은 이야기의 시작과 끝에 부분에 꼼꼼하지 못한 설정(또는 전개)을 보이는 것이다. 스포가 될 수 있어 밝히지는 않는다만, 이건 전체 이야기와도 연관이 있어 소설의 좀 완성도를 갉아먹는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