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여행사 히라이스’는 시간여행을 소재로한 옴니버스식 소설이다.

표지

소설은 시간여행이 완전히 정립되어서 그걸 비즈니스에 이용한다는 것을 기본 아이디어로 사용했다. 이 익숙한 설정에 몇가지 변화를 줌으로써 저자는 소설만의 개성을 만들려고 한 듯한데, 아쉽게도 그것은 설정의 충돌이나 구멍같은 면모들을 드러내는 단점으로 더 많이 작용했다. 시간여행 그 자체나 그것의 악용을 막기위한 규칙 등이 제대로 짜여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시간여행으로 과거에 개입해 그 미래인 현재를 바꿀 수 있는가 하는 점부터가 이상하다. 일단은 얼마든지 그럴 수 있기 때문에 시간법도 만들어졌고, 나름 시간여행을 통제하려고 하는 것처럼 얘기는 한다. 그러나 실제 이야기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은 모습도 많이 보인다. 과거를 바꾸어봤자 단지 그런 버전의 우주가 하나 생겨나는 것 뿐이라서 제 아무리 과거를 바꾸어봤자 현재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는 것처럼 그려지기도 했다는 거다.

이것은 시간여행이 갖는 패러독스를 풀어내기 위한 방법 중 하나다. 그 자체는 전혀 나쁘거나 한 것이 아니란 얘기다. 문제는 이것이 시간여행을 조심스럽게 얘기하는 기본 설정과 충돌한다는 거다. 과거 개입이 단지 새로운 가능성의 세계를 하나 더 만들어내기만 하는 것이라면 전혀 그것을 억제하거나 금지시킬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하물며 시간법? 대체 무슨 쓸모냐. 이건 시간여행을 무슨 대단한 기회인 것처럼 생각하는 등장인물들에게 전혀 공감할 수 없게 만들기도 한다.

더 문제는 반대로 과거를 바꾼 것이 현재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도 있을 뿐더러, 또 어떤 이야기에서는 과거를 바꿨는데 마치 바꾸지 않은 상태가 유지되기는 하지만 바꿨다는 사실 자체는 또 여럿이서 공유하는 것처럼 묘사하기도 했다는 거다. 어떤때는 현재의 몸 그대로 과거로 마치 여행을 가는 것처럼 그렸다면, 또 어떤때는 과거의 자신으로 돌아간 것처럼 이야기를 진행하기도 한다. 아니, 좀 일관성이 있어야지. 이쯤되면 그저 그때그때 적당한 설정을 만들어 내었을 뿐, 소설 전체에서 공유하는 시간여행의 기본 개념은 전혀 고민하지 않은 것 아닌가 싶을 정도다.

시간법이 중요하다고 하면서도 딱히 엄밀히 지키려는 생각이 없어보이는데다 (오히려 아무런 안전장치도 없이 그럴 수 있는 상품들만을 대놓고 취급한다.) 홍보를 지양하는 주제에 실적은 따지는 등 히라이스라는 회사도 여러면에서 모순적이고 이상한 집단이다.

시간여행물을 기대했다면 상당히 실망할거란 얘기다.

저자도 딱히 잘 짜여진 시간여행물을 보여주는데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설정이 중구난방인 것도 그렇고, 그를 통해 보여주는 이야기도 SF적이라기보다는 지극히 인간적이기 때문이다. 소설 속 인간들의 이야기는 어쩔땐 마치 한편의 웃지못할 코미디같기도 하지만, 때로는 짠내를 풍기면서 공통적으로 과거와 인연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그런점에서 개별적인 것 같았던 히라이스 손님들의 이야기가 조금씩 이어지면서 하나의 큰 조각으로 맞춰지는 것도 나름 나쁘진 않다. 그러나 그것도 시간여행에 대한 실망이 꽤 많이 깍아먹는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