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오 슈스케(道尾 秀介)’의 ‘투명 카멜레온(透明カメレオン)’ 어느 날 수수께기의 미녀 미카지 케이와 엮이면서 벌어지는 한바탕 소동같은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다.

표지

소설은 생각보다 보는 내내 유쾌하다. 내용도 그렇지만 장면도 마치 코미디 만화처럼 묘사해서 그 자체로도 나름 보는 재미가 있다.

시종일관 희극처럼 펼쳐지는 이야기는 우습기도 하고 재미도 있어서 하나씩 펼쳐지는 소란을 그저 구경하는 것 만으로도 볼만하지만,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도 헷갈리지 않을 정도로 개성이 강하고, 각자가 일으키는 캐미도 꽤 좋아서 매력적이기도 했다.

이야기도 처음엔 사소해 보이던 것에서 시작해 점점 일이 벌어지며 조금씩 그 뒤에 감춰져 있던 것들이 드러나도록 전개를 잘 해서 볼 때 지루함도 없고 이후 이야기를 계속 궁금하게도 하며 그렇게 기다렸던 이야기가 나름 만족스럽기도 하다.

다만, 왜 그렇게까지 하는건지 납득할 수 없는 점도 있었다. 특히 if의 사람들이 케이의 일에 끌려가게 된 계기가 그러한데, 그들이 굳이 그런 마음을 가지게 될 정도였단게 제대로 그려지지 않아서, 그런 성격인 캐릭터라고 치더라도 정도가 좀 과하지 않나 싶기도 했다. 그게 이 소설의 가장 큰 줄기 중 하나라 더 그렇다.

번역도 좀 마뜩잖다. 작가는 일본어를 이용한 말장난을 작품에 꽤 사용했는데, 그걸 거의 그대로 번역해놨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어와는 어울리지도 않고 발음에 따른 착각 요소도 적어서, 언어유희적인 재미는 커녕 억지스럽게 끼워맞춘 느낌이 강하다. 이게 지엽적인 코미디에만 쓰였다면 또 모르겠는데 그런 것만은 아니어서 더 그렇다. 이걸 무시하면 이야기도 일부 날아가버리기에 무시할 것도 아니라는 얘기다. 한국어에 맞게 바꿨으면 가장 좋았겠지만, 도저히 마땅한게 없었다면 최소한 주석이라도 충실히 달아줬으면 좋았으련만 그것도 썩 잘 해놓지 못해서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작품 자체는 상당히 괜찮았다. 이야기 자체도 재미있고, 각각의 장면들도 의미를 생각하거나 이 후 전개를 기대하게 하며, 이야기의 마무리와 결말도 나쁘지 않다. 특히 마치 모든 것은 이를 위한 떡밥이었다고 하는 듯한 엔딩은 책을 보고나서 긴 여운이 남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