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야시 고지(林 宏司)’의 ‘톱 나이프(トップナイフ)’는 신경외과 전문의의 이야기를 그린 본격 메디컬 드라마다.

표지

굳이 ‘본격’이라고 붙인 것은 배경만 병원으로 하고 의료 종사자들이 등장할 뿐 그저 인간 드라마나 로맨스만 그리는 그런 작품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소설은 의사가 자신의 직업을 대하는 것이나 병리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수술 장면같은 것도 잘 담고있어 이런 이야기에 목말라 했던 사람들에게 좋은 목축임이 될 만하다.

의료 쪽을 진지하게 다뤘다고 해서 전문적으로 흘러가지 않고 쉽게 쓴데다, 아직 밝혀지지 않아 미스터리한 부분이 많은 장기인 뇌를 다루는 신경외과를 소재로 했다보니 이야기도 꽤나 재미있게 잘 읽힌다.

그것은 의료 뿐 아니라 인간들의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메디컬 드라마도 결국엔 드라마에 방점이 찍혀있는 것, 결국엔 얼마나 그럴듯한 인간들의 이야기를 그려내느냐가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개성강한 등장인물들의 조금은 비틀린 삶과 그로 인한 고뇌, 환자들의 사연을 잘 그려냈다.

의료와 인간 양쪽을 모두 잘 다뤘기 때문에 이 소설은 메디컬 드라마로서 꽤 완성도가 높다.

다만, 처음부터 TV드라마를 염두에 뒀던건지 아쉬운 부분도 보인다. 다소 만화처럼 과장된 캐릭터나 행동 묘사가 있기도 하고, 이야기의 마무리가 마치 TV드라마가 시간 관계상 그러하듯이 일부를 생략해버리는 게 그렇다. 물론 병원과 의사들을 중심으로 쓴 이야기이니 나룸 현실적인 한계라고도 할 수 있겠다만, 그렇게까지 비중을 두다가 입 싹 닦듯 털어버리니 뭔가 찝찝한 뒷맛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소설은 처음부터 의도가 있었다는 듯, 일본 NTV에서 당연하게 동명의 드라마(トップナイフ: 天才脳外科医の条件, 2020-01-11 ~ 03-14)로도 만들어졌는데, 책을 보면서 상상했던 장면들을 TV드라마에선 또 어떻게 그렸을지 궁금하다.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