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 레비(Marc Levy)’의 ‘차마 못다 한 이야기들(Toutes ces choses qu’on ne s’est pas dites; All Those Things We Never Said)’은 뜻밖의 여정에 나서게 되는 부녀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표지

꽤나 엉뚱하다. 왜냐하면, 좀 말이 안되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 한편으로는, 혹시 어딘가에선 정말로 만들어지고 있는 거 아닐까 싶은 의구심, 혹은 그랬으면 좋겠다는 일종의 바램같은 것들이 분간할 수 없이 뒤섞여서 어쩌면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게 만들기도 한다.

놀랍도록 본인과 꼭 닮은, 심지어 어느 정도까지는 기억도 갖고있는, 그래서 자칫 본인이라고 착각할만도 한 안드로이드라는 건 말이다. 로봇 기술, 기억 이식술 등 여러 SF 요소를 뒷배경으로 가진 존재다만 그렇다고 이 소설이 그런 존재에 초점은 맞춘 SF인 건 아니다. 그보다는 일종의 가족 드라마에 가깝다.

결혼을 앞둔 시점에 갑작스레 아빠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예정도 깨지고 마음도 이상하던 때, 마치 장난처럼 등장한 아빠 로봇은 이전 아빠의 기억 뿐 아니라 잘도 딸의 근황까지 조사해서는 진짜 아빠처럼 짜증나게 하는 한편, 시한부적인 기회라는 것을 빌미로 자꾸 그녀를 묘한 쪽으로 향하도록 부추긴다.

그렇게 떠나게 된 여행에서 ‘줄리아’는 아빠 생전에는 전혀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들도 나누고, 몰랐던 모습이나 진심에 대해서도 알게 되는데 이게 아빠의 장례 후에 이뤄진 일이라는 것이 꽤나 미묘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소위 ‘늦고나서 후회해도 소용없다’는 좀 뻔한 메시지를 기본으로 한 것이지만, 그것을 전해주는 방식이 좋은 편이다. 전개가 무난해서 잘 읽히고, 역사와 사회, 인생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를 하지만, 다소 엉뚱하고 코믹한 상황을 통해 너무 무겁지 않게 이야기를 풀어가기에 부담스럽거나 하지도 않다. 코믹한 요소 역시 중간 중간 톡톡 튀는 맛이 있지만 경박하지 않아 드라마에 잘 녹아있다.

진지하게도, 가볍게도 볼만하다.

거기에 로맨스 요소도 나쁘지 않게 섞은 편이긴 하다만, 로맨스는 아무래도 부녀의 이야기에 좀 더 비중을 두었다보니 좀 아쉬운 게 사실이다. 특히 결론 부분이 그러해서 이제까지와는 다른 허술함 같은 것도 느낀다. 서사가 없는 것은 아니나, 충분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행동 등에 다소 의문을 갖게 하기도 한다. 그래서, 로맨스에 초점을 맞춘다면 다소 실망할 수도 있다.

소설은 인기에 힘입어 동명의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는데, 한국어판 표지에 쓰인 사진이 바로 그 드라마 포스터다. 이건 소설을 읽을 때 좀 외형적인 캐릭터를 갖고 보게 만들어 일장일단이 있는데, 결론적으로는 그렇게 부정적이진 않았다. 다만, 자연스럽게 어떻게 연기했을까를 생각해보게 해서 나중에 드라마로도 한번 보고싶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