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찮은 뽑기 장난감들’은 저자가 어려서부터 모아왔던 여러가지 뽑기 장난감들을 소개하는 책이다.

표지

참 제목에 충실한 책이다. 짧막한 저자의 사설이 있은 후엔, 뽑기 장난감 사진과 그에 대한 설명만이 끝까지 이어진다.

책에는 한 쪽에 한 장난감씩, 총 103개의 장난감이 실려있다. 각 쪽에는 적게는 1장, 많아도 3장의 사진으로 보여주는 장난감의 특징과 저자가 직접 붙인 이름(뽑기 장난감엔 보통 이름이 없다), 대략적인 길이, 가격, 그리고 어떻게 가지고 노는가 등을 담은 간략한 설명만이 담겨있다.

최고가 1000원, 상당수는 어렸을 때 뽑은 것이라 100원정도인 장난감들은, 가격에서 미루어 짐작해볼 수 있듯 ‘하찮다’는 말이 정말 적절하다 싶을정도로 조악하다. 어떤 건 모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게 있는가 하면, 색을 칠하다 만 것도 있고, 좀 멀쩡해 보여도 쉽게 부서지기 십상이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이것들은 나름 볼만하다. 어떻게 가지고 놀 수 있는가 뿐 아니라, 그 가격으로 어디까지 완성해냈나를 따져보는 것도 의외의 재미다. 장난감을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다보면 뽑기 장난감들의 조악한 품질은 자연히 ‘그럴만 하지’ 싶게 될 뿐 아니라, 의외로 용케 거기까지 표현했다는 생각을 들게 하는 것도 있어 작은 감탄을 끌어내기도 한다.

당연히 추억을 자극하기도 한다. 어렸을 때 뽑기 장난감을 안뽑아 본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책 속에 담긴 장난감들은 자연히 그 때의 기억들을 생각나게 한다. 동전을 넣고 돌리던 감각, 드르륵 드르륵하며 돌아가던 소리, 그렇게 나온 게 바라던 게 아니어서 뿔이났던 것이라던가, 주머니를 털어도 안나와 결국 포기하던 씁쓸한 경험도 있다. 물론 그렇게 장만한 장난감들을 나름의 이야기를 붙여가며 갖고 놀았던 것도 빠질 수 없다.

재밌는 것은 이것들을 바라보는 시선의 달라짐이다. 생각해보면 어렸을 때조차도 얼마나 조악한 장난감이지 잘 알았던 것 같은데, 그걸 지금에 지금에 와 다시보니 오히려 관심이 가고 그때는 몰랐던 나름의 매력이 보인다는 게 신기하다.

지금은 문방구 조립 로봇들과 함께 모두 추억 저편으로 사라져버리고 말았는데, 이제까지 그걸 잘 모아둔 저자가 새삼 대단하기도 하다. 당장 하고싶은 이야기를 써낼 수 있는 1인 출판사를 만들고, 평창 비엔나인형박물관에 인형을 전시하고 관리도 맡고 있으니 어떻게보면 성공한 덕후가 아닌가 싶다.

책을 보면서 떠오르는, 망가져서 버리고 이사하며 잃어버렸던 나의 옛 장난감들에게 새삼 묵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