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화가의 진실’은 화가와 화가가 되려 하는 인간들이 얽히며 만들어내는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소설의 주요 내용에 대해서도 언급하니, 주의 바란다.

표지

얼핏 흥미롭고, 조금은 미스터리한 분위기도 풍기는 이 이야기는 그러나 이야기는 무려 초반인 4장부터 생뚱맞은 판타지로 분위기가 확 바뀐다. 아니, 물론 책 광고에도 “‘로맨스 스릴러’에 ‘판타지’를 더한 새로운 장르의 탄생”이라는 묘한 문구를 달아놓긴 했다. 하지만, 설마 이런 식일 줄은 몰랐지.

그래도 일반 소설의 범주에는 머물러 있을지 알았는데1, 정말 생뚱맞게 말도 안 되는 초능력이 등장하고, 그걸 또 미연시에서나 나올법한 방법2으로 뺏고 빼앗기고 그럴 줄이야 상상이나 했겠어. 판타지 소설이나 게임소설도 잘 보는 내가 굳이 이렇게까지 언급하는 이유는, 이게 광고로 내세운 것처럼 매력적인 게 아니라, 이걸 더 읽어야 하나 던져버려야 하나 고민할 정도로 흥미를 뚝 떨어쳤기 때문이다.

그뿐인가. 등장인물들도 하나같이 다 ‘개’ 같다. 약간의 허세를 담아 스스로 ‘개 쓰레기’라고 얘기하는 현준호는 물론이고, 물주처럼 이용할 땐 언제고 좋아했는데 상처받은 것처럼 굴며 이상한 선택만을 반복하는 금성도 어이없고, 악의로 썼으면서도 ‘애초에 문제가 없었으면 됐을 일’이라며 합리화를 시전하는 기자나, 어떤 악의도 자신에게만 유용하면 기쁘게 살인까지 방조할 ‘스승’에, 생뚱맞게 나타나 ‘도박으로 전 재산을 잃는 것도 그 사람이 원해서 준 것’이라는 둥 거지 같은 논리를 늘어놓으며 빼애액 거리는 무당까지 나온다.

그러나 역시 가장 어이없는 건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은하’다. 현준호의 돈과 진짜를 알아보는 안목 때문에 그게 탐나 의도적으로 접근한 거였으면서, 나중에는 “제일 바란 것은 사랑이었다”느니 입에 침도 안 바르고 헛소리를 시전하더니만, 그 이후에는 본인도 스스로 세뇌당했는지 마치 그게 진실이었던 것처럼 떠들고 다닌다. 초능력 건도 그렇고, 각종 저주도 그렇고, 사실은 자기가 무슨 짓을 해왔는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으면서도 말이다.

‘등가교환’도 개뿔이다. 본인이 원해서 몸 바쳐가며 붙어먹고 결국엔 몰래 빼앗은 쪽과, 원하지도 않았는데 가장 중요한 걸 뺏긴 쪽의 상처와 잃은 게 대체 어떻게 따져서 같나. 심지어 뺏긴 쪽은 어이없는 방식으로 복수 당하는 저주까지 덤으로 붙었는데. 용어만 어디서 본 그럴싸한 걸 갖다 붙이면 다 되는 건지 아나. 솔직히 말해, 이게 클럽에서 만나 원나잇 뛰고는 강간당했다고 주장하는 거랑 뭐가 다른가.

이 영혼의 흡혈충 같은 애가 자꾸만 나와서 자기합리화와 피해자 코스프레를 일삼는 것도 그냥 다 한결같이 어이가 없었다. 더 웃기는 건 여러 사람이 나서서 앤 잘못 없다며 포장해 준다는 거다. 이 소설 속 인간들은 전부 다 미쳤나.

몇 번이고 반복해서 “지나치게 공정한 거래는 양쪽 모두가 억울해하는 법”이라고 세뇌하듯 읊는 것도 웃기다. 일견 그럴 듯해 보이는 이 말, 어디서 많이 듣던 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표현만 조금 바꿨을 뿐, 가해자들이 그토록 부르짖던 바로 그 말이다. 자기는 잘 몰랐다느니, 선의로 한 것인데 억울하다느니 하면서 말이다. 서로 합의하에 했다고, 먹여주고 재워줬다고, 갈 곳 없는 애를 이랬다고 저랬다고 블라 블라. 억울은 개뿔.

소재도 초능력에 삼각관계에 BL까지 별걸 다 갖다 붙였고, 이야기 전개도 꼭 무슨 아침 드라마를 보는 것 같아서 보면서 진짜 육성으로 터졌다. 완전 수명 주는 줄 알았네.

하도 어이가 없어서 나중에 혹시 뭔가 반전이라도 있나 역으로 기대도 했었다. 결국엔 모두 은성의 입에서 나오는 얘기들이니 각 사건에 미묘한 거짓들이 끼어있어 사실은 전혀 다른 이유와 진실이 있었다던가, 아니면 애초에 인간말종들을 보여주려고 의도한 거였다던가 하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그런 거 없다. 오히려 끝까지 어이없는 짓들만 반복하는데, 어쩌면 그게 반전이라면 반전이다. 반전 따윈 없다는 반전.

아침 드라마 류를 좋아한다면 나름 재미있게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극 불호할 만큼 평이 갈릴 것이다.

개인적으론 차라리 대놓고 판타지인 이세계 회귀물이 더 나은 것 같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제작사로부터 상품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1. 이 소설은 분류가 ‘한국소설일반’이다. ‘로맨스’나 ‘판타지’가 아니다. 

  2. 실제로 비슷한 설정을 가진 게임이 있다. 물론, 장르나 작품성은 완전 다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