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지무라 미즈키(辻村 深月)’의 ‘사자 츠나구(ツナグ)’는 죽은 자와의 해후를 소재로 한 소설이다.

표지

죽은 사람과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차마 다 하지 못했던 이야기도 나눌 수 있고, 감춰진 진실을 확인할 수도 있으며, 차마 떨치지 못하고 쥐고있는 마음의 정리를 할 수도 있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츠나구’는 그런 만남을 주선해주는 사람이다. 소설은 기본적으로 츠나구를 통해 꼭 보고 싶은 사람과의 만남을 신청하고, 그들이 츠나구를 찾게 된 이유, 한번뿐인 만남의 결과 등을 보여주는 옴니버스 구성을 하고 있다. 전혀 다른 환경에서 다른 이유로 츠나구를 찾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소설을 마치 다양한 이야기가 담긴 단편집처럼 느끼게도 한다.

각자가 처한 상황, 관계, 그리고 전개까지 조금씩 다르게 만들어 식상해지지 않게 하고, 뒷 이야기가 궁금하게 이야기도 잘 끌고가서 흥미롭게 읽힌다. 모든 뒷 이야기까지 낱낱이 나열하지는 않고 일부는 비밀스럽게 감춰둠으로써 의문을 품고 독자 스스로 공백 부분을 상상해보게 만들기도 한다.

단지 여러 사람들의 에피소드들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거기에 츠나구 일을 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더함으로써 전체를 하나의 이야기처럼 보이게도 만든 것도 좋다.

서로 다른 츠나구를 마주치게 된다든가, 의뢰에 꼭 특정 병원과 호텔을 이용하고, 무심한가 하면 감상을 묻는다거나 의외의 첨언이나 참견을 하는 것 등을 각 에피소드에 조금씩 흩어놓았다가 그것을 연결하고 그러모아 하나로 엮는 솜씨가 나쁘지 않다.

삶과 죽음, 인생, 선택과 결과 등에 대해서 전혀 확언하듯 이야기하지는 않으면서도 방향성이 뚜렷하게 느껴지게 하는 것도 괜찮다. 그래서 소설은 얼핏 크게 열려있는 것 같지만, 또한 제대로된 완결을 지은 것처럼도 느낀다.1

읽기 경험이나 이야기가 만족스러워서 후속권도 기대된다. 새로운 에피소드는 물론이고, 어렴풋하게만 드러낸 츠나구에 대한 것과 1권 이야기들의 후일담 같은 것도 좀 보고싶다.

소설은 인기에 힘입어 동명의 영화(ツナグ; Until the Break of Dawn, 2012)로도 만들어졌는데, 자칫 뻔한 이야기지만 소설의 서술적인 면의 솜씨가 그걸 보완해준다고 봤기에, 과연 영상물은 그 부분을 어떻게 충족시켰을지 궁금하다.

번역은 쫌 아쉬웠는데, 말투 정리에 실패한 부분이 상당히 거슬리기 때문이다. 정중하게 존댓말을 하던 하급자가 갑자기 싸가지없이 훈계조로 반말을 찍 내뱉는다든가 하는 건 일본어에서나 관용적으로 허용하는 거지, 그걸 그대로 한국말로 직역해버리면 정신나간 놈으로 밖엔 안보인다. 어색할 뿐더러 캐릭터까지 망가뜨린다. 대사 좀 신경썼으면 좋겠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1. 아마, 처음부터 길이를 정해놓은 시리즈물이 아니라서 단권으로도 완결성을 띄게 마무리한 것 같다. 애초에 단행본이 아닌 소설 잡지 연재로 썼다는 점, 일본은 한권만 내고 괜찮으면 후속권을 내는 식의 출판 행태도 많다는 점 등을 생각하면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