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 게리브(Sophie Guerrive)’의 ‘튤립의 날들(TULiPE)’은 튤립 시리즈 첫번째 책이다.

표지

때때로 이런 책들이 있다. 겉보기엔 가벼운 유아용 이야기인 것 같지만, 막상 그 내용엔 인생에 대한 심오한 철학적 사유를 담고 있는 것들 말이다. ‘찰리 브라운’이나 ‘스누피’로 유명한 만화 ‘피너츠(Peanuts)’1나 동화 ‘곰돌이 푸(Winnie-the-Pooh)’ 같은게 대표적이다.

둘 중에서는, 아무래도 만화라는 공통점 때문에, 스누피와 더 유사해 보이는데, 이 책이 단지 인생에 대한 이야기들을 잔잔하게 이어가기만 하는 게 아니라 다소 풍자적인 내용이나 꼬집음이 날카롭게 보여주기도 해서 더 그렇다.

다만, 동물 캐릭터들을 이용해 꽤 본격적으로 철학적 사유를 다룬다는 점이 특히 다른데, 덕분에 짧은 에피소드들도 오랫동안 곱씹어볼 생각거리를 주기도 한다. 이러한 특징은 이 만화를 진지한 철학서의 일종으로 느끼게 한다.

철학이라고 하면 어렵고 난하해다는 인상이 있는데, 이 책은 문장이나 이야기 전개가 쉬워서 잘 읽히며 캐릭터의 생각이나 행동도 일반적인 선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공감도 잘 된다. 덕분에 딱히 철학이나 이론같은 걸 몰라도 가볍게 읽을 수 있다.

귀여운 디자인과 각각의 개성이 강한 캐릭터, 그리고 그로부터 일어나는 상호작용 등도 괜찮아서 만화는 그 자체로도 꽤 보는 재미가 있다.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내용과 재미 양쪽의 밸런스를 나름 잘 잡은 괜찮은 철학 만화가 아닌가 싶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1. 다르게 부른다고 썩 잘못된 것도 아닌게, 저자가 그런 이름으로 단행본을 내기도 했기 때문이다. 원래 쓰고싶었던 이름을 못쓰고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거라 싫어해서 그런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