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 게리브(Sophie Guerrive)’의 ‘TULiPE 2: 튤립의 여행(Les voyages de Tulipe)’은 튤립 시리즈 두번째 책이다.

표지

여행기 같은 것도 아니고 튤립을 중심으로 한 것도 아니라서 좀 의아할 수도 있는 이 책은, 단발적인 여행이 아니라 삶이라는 긴 여정의 일면에 대해 담고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꼭 게으름뱅이같아 보이기까지하는 튤립은, 오늘도 어제 역시 그랬던 것처럼 자신이 애정하는 나무 밑에 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아. 조금 달라지긴 했다. 새해를 맞아 그도 새롭게 결심을 했기 때문이다. 바로, “아무것도 하지 않기 위해 애쓰는 것도 하지 않기로.”

한때, “아무것도 안하고 싶다. 이미 아무것도 안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고 더 적극적으로 아무것도 안하고 싶다”는 말이 인기를 끌면서 많은 사람들에게서 널리 쓰이던 때가 있었다. 이것은 지금도 좀 남아있어(예전만큼의 인기는 아니나), 자신의 늘어지고 싶은 상태나 심정을 표현할 때 종종 쓰이곤 한다.

이 말이 인기를 끌었던 것은 빡빡한 현실 때문에 갈수록 더욱 지쳐만 가는데도 많은 것들이 게으름거리로 취급을 받는 세태 때문에 혹시나 비난을 받게될까 꺼리게 되면서 도저히 정신적 여유를 찾을 수 없던 꾹 눌러진 마음을 콕 집어서 시원하게 대변해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튤립은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그러한 생각에서조차 벗어나겠다고 말한다.

생각해보면 그렇다. 겉으로는 시원하고 여유로워 보이지만, 사실은 아무것도 안하는 것까지 애써 어떻게 해야한다는 식으로 하려 한다는, 여유라곤 전혀 없는, 정신적 압박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만을 드러내는 씁쓸한 말이지 않은가. 그런 것마저 떨쳐낸 튤립의 휴식은 새삼 더 여유롭고 편안해 보인다.

책은 이런 꽤 진지하게 생각해볼만한 거리들을 마치 가벼운 농담따먹기라도 하는 것처럼 코믹하게 담아냈다. 그래서 얼핏 시트콤같지만, 심리나 상황에 대해 곱씹을만한 점이 많아서 어느순간 진지한 사고에 빠지게 한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