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턴아웃’은 발레리나를 소재로 한 SF 청소년 소설이다.

표지

‘턴아웃(Turnout)’이란, 발레 용어로, 간단하게 말하면 몸 바깥쪽으로 관절을 트는 동작을 말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일반적으로는 나오지 않는 각도를 만들고, 일상에는 없는 아름다움을 자아내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턴아웃은 발레의 기본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또 어떻게보면 발레에서 가장 어려운 것, 발레를 가장 어렵게 하는 것 중 하나라고도 할 수 있다. 몸을 일반적인 형태와 방향을 거슬러 뒤트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엔 턴아웃은 발레가 꾸준한 연습이 필요한 것임을 말해줄 뿐 아니라, 힘들고 고통을 동반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하고, 무엇보다 나이가 먹을수록 동작을 소화하지 못하게 되면서 짧은 생을 마감할 수 밖에 없는 이유로 이어지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 일종의 벽, 어찌보면 인간의 한계처럼 보이는 근본적인 원인을 만약 기술을 통해 손쉽게 넘어설 수 있게 된다면 과연 어떻게 될까. 예를들어, 유전자 조작으로 그것이 수월한 태생을 갖는다든가, 로보틱스로 보완을 한다든가, 아니면 신체개조 같은 것을 통해 활동 중 높은 확률로 마주할 수 밖에 없는 부상 문제 등에서 자유로워 질 수 있다고 한다면 말이다. 그로인해, 더 이상 말 그대로의 뼈를 깍는 노력을 들이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이상적이라 할만한 자세와 동작을 손쉽게 구현해 낼 수 있게 된다면, 과연 그것은 그래도 여전히 인간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예술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까.

소설은 이것을 기본 배경으로 하고 있다. 심지어 등장인물 중 여럿이 이에대해 심각히 고민하기도 하며, 예술가로서나 직업인으로서 각기 조금씩 다르게 다다른 결론을 보여줌으로써 꽤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이 소설의 주제는 전혀 그런 게 아니다. SF적인 철학보다는 기로에 선 청소년들의 갈등과 선택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야기와 주제가 좀 어긋나는 느낌이 있다. 공을 들인 것은 SF적인 부분인데, 정작 다른 이야기로 끌고가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야기 배분도 그렇게 좋지만은 않다. 핵심 인물은 좀 뒤로 밀려나 있는 반면, 배경 설정을 위한 부수적인 인물들이 보다 전면에 나와있는데, 그렇다고 그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다루는 건 아니라서 서사가 좀 파편적이고 설렁해 보이기도 한다. 심지어 사건과 사건, 시간과 시간 사이의 전개나 연결도 그렇게 좋지 않다. 때로는 중간 과정이나 묘사를 생략한 이야기는 결국 주요 인물들의 행동이나 심리를 공감할 수 없게 만들어서 이야기가 좀 급하게 진행된다고 느끼게 한다.

예술이란 과연 어디까지인지를 생각해보게 하는 점이라든가, 기술 발전으로 혼동스러운 가치관과 꿈을 연관지은 것 자체는 나쁘지 않으나, 이야기의 방향성이 좀 흩어져 있고, 그래서 주제와 메시지가 좀 흐릿하다는 건 아쉬운 점이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