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쿠니 가오리(江國 香織)’의 ‘웨하스 의자(ウエハースの椅子)’는 한 여자의 사랑을 그린 소설이다.

표지

그녀의 사랑은 결코 평탄하지 않다. 보통 사람들이 흔히 사랑은 이렇다고 정의 내리는 것처럼 아름답지도 않다. 그보다는 차라리 위태위태한 것에 가깝다.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은 이미 부인에 딸까지 있는 유부남이며, 그와의 관계는 변명의 여지가 없는 불륜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여자는 언제든 쉽게 깨어질 수 있는 이 관계, 이 사랑이 마치 웨하스 의자같다고 여긴다. 겉 보기엔 꽤나 그럴듯하고, 폭식폭식하며 좋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극도로 약하기 그지없어 앉는다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그런 의자. 지금은 괜찮아 보이지만 얼마 안가 곧 바스러지고 말 것임을 예견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여자는 둘의 관계에 충족감을 느끼면서도 또한 절망스러워 한다.

웨하스 의자는 또한 여자의 상태를 단적으로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다. 그 모든 것을 스스로도 잘 알고 있으면서, 그럼에도 거기에 의존하는 여자는 언제든 쉽게 바스러질 것처럼 위태위태하다.

소설은 그런 그녀를 직접적으로 그리지는 않는다. 그저 그녀가 어렸을 때는 어떤 가족 안에서 어떤 삶을 살았으며 또 지금은 어떤 관계를 맺으며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마치 일상을 풀어놓듯이 담담하게 적어냈다. 그러면서도 일관되게 결핍이나 외로움을 느낄 수 있어 전체적으로 우울하게 읽힌다. 그렇기에 그녀의 선택은 다소 극단적이기도 하지만 또한 자연스러워보이는 면도 있다.

저자는 그 이후를 다소 간략하게만 써서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 어떻게 보면 포기하거나 관성적으로 적응해버린 것 같기도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걸 더이상 그렇게 절망스럽게만 받아들이고 있지는 않다는 거다. 말하자면 어떤 깨달음이나 성장이 있었던 거라고 해야하려나. 어쩌면 처음부터 이것을 전달하고 싶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소설 자체는 그리 쉽게 공감하며 볼 수 있는 그런 이야기는 아니다. 등장인물들의 상황이나 선택에 의아한 점들이 꽤 많기 때문이다. 뒤로는 다르게 행동하면서 앞에 와서는 또 언제 그랬냐는 듯 행동하는 것도 그렇고, 그럼에도 그렇게까지 하는 것이 답답하고 이상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것들에 딱히 설명을 덧붙이지도 않고 그저 원래 그런것처럼 그리는데, 이게 이 소설을 일종의 로맨스 드라마로서 접하다면 좀 마뜩잖아 보이게 만든다.

얘기하려는 바를 명확하게 드러내보이지 않고 은근히 보여주는 것은 다소 호불호가 갈릴 만하다.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