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은 굉장히 많이 쓰이는 말 중 하나다.

(우리말이므로 예는 생략하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보자.)

‘등’은 오해의 소지가 많은 말이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등의 뜻은 다음과 같다.

등(等)

「의존명사」

* 「1」((명사나 어미 ‘-는’ 뒤에 쓰여))그 밖에도 같은 종류의 것이 더 있음을 나타내는 말.

¶ 울산, 구미, 창원 등과 같은 공업 도시/정치, 군사, 경제, 사회 등 여러 면에 걸친 개혁/주인공의 성격이나 행동 등이 잘 나타난 대목/강과 도로가 빠져 있는 등 허술하기 짝이 없는 지도.

* 「2」((명사 뒤에 쓰여))열거한 대상이 복수임을 나타내거나 그것들을 한정함을 나타내는 말.

¶ 남부군 사령부의 주최로 거리가 가까운 전남, 전북, 경남 등 3도 유격대의 씨름 선수를 초빙하여 씨름 대회를 열었다.≪이병주, 지리산≫

사전과 거기에 수록된 예제에 따르면 「1」은 그 외에도 더 있다는 뜻이고, 「2」는 딱 그것만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등”이 쓰였을 때, 둘 중 어떤것으로 해석해야할까. 예를들어, 다음과 같은 문장이 있다고 해보자.

에덴 동산에는 비둘기, 사자, 고래 등 여러 동물이 살고 있었다.

이 문장을 접한 사람의 반응은 대개 이렇다.

  1. 여러 동물이라고?
  2. 동물은 저것보다 더 많은데?
  3. 여기에 쓰인 “등”은 그 밖에도 더 있다는 뜻이로구나.

만약 동물의 종류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어떨까.

  1. “비둘기, 사자, 고래 = 여러 동물”인가?
  2. 동물에는 비둘기, 사자, 고래가 있구나.

따라서 우리말에서 흔히 등장하는 “~등”이란 말은 없애는 것이 좋다.

쓸데없이 사용되는 “~등”은 오해를 부를 수 있고, 읽는 사람이 그 정확한 의미를 알고자 한다면 그 외에는 더 같은 종류가 없는지 확인해야만 한다.

이것은 쓸데없는 작업을 부른다.

적어도 컴퓨터를 하는 사람이라면 “~등”은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스펙에 “InterfaceA, InterfaceB, InterfaceC 등을 구현해야 한다.”고 해놓으면, 구현해야하는 인터페이스가 그 3가지인지, 아니면 더 있는것인지 당최 알 수 있냔 말이다. 스펙을 보는것은 그 스펙을 만든 사람이 아니므로 그 의미를 명확하게 파악하기란 불가능하다.

논문이나 실생활에서도 “~등”은 습관적으로 쓰이고 있는데, 의외로 나열한 항목이 “전부”인지 잘 모를 경우에는 일단 “~등”을 붙이고 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이는 잘못된 언어 습관으로, 고쳐야 할 것이다.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