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랄라 가족’은 왠수같은 가족에게 떨어진 거금이란 미끼로 벌어지는 한바탕의 소동을 그린 소설이다.

표지

소설 속 가족은 문자 그대로 ‘개판 오분전’, ‘콩가루’라 하면 딱 걸맞다. 전혀 가장같지 않은 아버지는 사고를 치면서 가족을 힘들게 하는가 하면, 장손이란 놈은 무기력에 쩔어있고, 능력도 없으면서 욕망에 달려드는 둘째도 썩 상태가 좋아보이지는 않다. 그렇다고 맞고 다니는 막내가 제대로 된 것 같지도 않고.

이들이 서로를 물어뜯고 여유없이 살아가는 이유는 어떻게 보면 다 그놈의 돈 때문이다. 애초에 그들의 생활이 그렇게 바닥으로 떨어지기 시작한 것부터가 가장이란 놈의 노름빛 때문이니까 말이다. 그 후에도 나아지지 않는 자금 사정은 이들의 생활 전반을 도무지 어찌할 수 없는 각팍함으로 몰아넣었다.

그런 그들에게 뜻밖의 거액이 툭 하고 등장한다. 어찌 욕심이 나지 않을 수가 있으랴. 하지만, 선뜻 거기에 손을 대기에는 께름측한 면이 너무도 많다. 돈에 대한 욕심과 그에 대한 억제, 이 두가지가 충돌하면서 이야기는 꽤 재미있는 상황으로 흘러간다.

뭐라하기 참 미묘한 소설이다. 시작은 마치 현대인들의 각팍함과 깨어져버린 가족, 그리고 어찌하지 못한채 그 안에 끼어 살고있는 가족 구성원들을 통해서 사회와 인간에 대한 풍자를 보이는 일종의 블랙코미디 같았다.

그런데 거기에 돌연 코미디 영화같은 요소가 끼어들더니 답답함과 씁쓸함을 자아내는 와중에도 계속해서 웃음을 짓게 만든다. 이게 자칫 우울해지기 쉬운 소재를 다루는 이 소설이 한없이 희극에 가까워지게 한다.

좋았던 건 이게 물과 기름처럼 어설프게 따로 노는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서로 섞여있다는 거다. 심지어 어느 한쪽이 유독 튀는 지점도 없다. 그래서 꾸준히 미묘하게 씁쓸하면서도 은근히 웃긴 상태가 계속 유지된다.

이게 가능한 것은 문장력도 좋은데다 등장인물들 역시 독특하다 할만큼 개성있게 잘 구성했기 때문이다. 겹치는 게 없다 할정도로 구별되는 이들은 서로 부딛히면서 자연스럽게 상황을 만들고 이야기를 다음 단계로 이끌어 나간다. 이들이 조금이라도 더 모나지 않았더라면 이 소설이 이렇게까지 잘 읽히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들은 독특한만큼 결점도 크게 보이는데, 그게 더 그들이 이뤄내는 성장을 의미있게 보여주기도 한다.

‘거액의 돈’이라는 요소도 정말 잘 이용했다. 등장 시점도 적절했으며, 그 처리까지 적당해서 잘 짜여진 느낌이 들게 한다.

이야기가 재미있다보니 의외로 ‘가족’이란 메시지는 좀 옅어지는 단점도 있는데, 그렇다고 흐려지는 것까지는 아니어서 가족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게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