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수아 를로르(François Lelord)’의 ‘북극에서 온 남자 울릭(Ulik au pays du désordre amoureux)’은 도시에 온 이누카 울릭을 통해 사회와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내는 소설이다.

표지

이 소설의 독특한 점 중 하나는 꽤나 정신의학적인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는 거다. 그러면서도 그게 걸리지 않도록 잘 녹여낸 편이다. 부분 부분은 소설 같기도 하다가 심리학 에세이같다가 하기도 한다만 그것이 서로를 해칠만큼 어색하지는 않다.

그건 단지 저자가 쓴 전작 소설의 주인공이기도 한 꾸뻬씨를 등장시켜 정신의학적인 내용이 대사로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도록 만들었기 때문만 아니라, 소설 속 등장 인물들이 모두 일종의 정신적인 문제를 겪고 있어 이런 얘기가 마땅해 보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소설에는 사랑을 다양한 방식으로 마주하는 여러 상처받은 사람들이 등장한다. 부모와의 일화로 받은 상처를 안고 그러한 관계를 거부하는 사람에서부터, 혼자 사는게 나은 삶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물론, 더 나은 삶을 기대하며 외도를 하거나, 마뜩지않음을 참아내느니 혼자를 택한 사람까지 다양하다. 이들의 모두 어떻게든 그 불안정한 사랑을 견뎌내려고 애를 쓴다.

그건 주인공인 울릭 역시 마찬가지다. 애초에 그가 도시로 오게 된 이유부터가 사랑때문이 아니던가. 그런 그들이 작은 대화를 통해서 생각보다 단순했던 핵심을 직시하는 것은 어쩔땐 그 자체로 상처이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것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이나 계기이기도 하다.

저자는 도시와 전혀 접점이 없던 외지인 울릭을 도시의 다양한 인간들과 만나게 함으로써 서로 다른 그들이 부딛히면서 자연스럽게 각자가 무슨 심정과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것이 한편으로는 얼마나 급진적이고 치우쳐진 것인지가 울릭의 충격받은 듯한 반응으로 보이는 것이 조금 재미있다. 도시인들과는 워낙에 다른 울릭이기에 과연 실제 이누이트들은 얼마나 울릭과 비슷할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저자는 남녀의 애정에서부터 성 역할, 성 차별, 환경 문제와 문화 침략 등 굉장히 여러 문제들을 뱉어내는데 그런 것 치고는 뭐 하나 시원하게 답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중간에 꾸뻬씨를 통해 약간의 방향이나 의견을 말하기도 하지만, 결론만은 독자에게 직접 생각해보라며 던져주고 끝을 낸다.

이것은 울릭의 이야기도 좀 그런 편이다. 울릭이 고향을 떠나있었을 때 생긴 일이나 그 후의 이야기를 후닥닥 끝내버리기 때문에 두 사이의 감정이나 이야기가 제대로 완결지어졌다기 보다는 뭔가 좀 대충 수습해버렸다는 느낌이 더 강하다. 이런 점은 개인에 따라서는 불만족스러움을 남길 수도 있을 듯하다.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