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여자의 일생(Une vie, 2016)’은 ‘기 드 모파상(Guy de Maupassant)’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원제인 ‘Une vie’는 일생을 의미하는데, 주인공이 여자라서 그런지 영어로 번역되면서 ‘여자의 일생’이 된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야기와 주제가 꼭 ‘여자’에만 한정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1

스테판 브리제 - 여자의 일생

영화의 내용을 담고 있으니, 영화 또는 원작 소설을 보지 않은 사람은 주의 바란다.

영화는 대체로 원작을 잘 담았다.2

뭐라는 건지 황당함도 느끼게 하는 대사로 끝나는 것도 같다. 실제로 스텝롤이 올라갈 때는 ‘이게 뭐야’라는 생각이 머리를 때리면서 잠시간 대략 멍해지기까지 했다.

인생은 생각만큼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아요

혹시 ‘인생이란 건 원래 그런 것’이라는 철학적인 주제를 드러내려고 한 것인가? 그렇다면 나름 인생에 대한 진실을 관통하는 대사를 끝에서 나름 그럴듯하게 쓴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과연 그것만으로 그 많은 풍파와 고통이 설명될까.

아무리 보고, 다시 생각해봐도 잔느의 인생은 배신과 거짓, 절망으로 찌들어있는 불행한 인생이었다. 얼마나 그러냐면, 잔느의 인생에 과연 행복이란 게 있었나 싶을 정도다. 그나마 행복이라 할법할 만한 것들조차도 다 거짓이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나는 사실 마지막 장면에서도 뭔가 뒤통수 때리는 반전(이랄까 배신 같은 것)이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저런 대사를 뱉어내고 끝이다.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아무리 새옹지마(塞翁之馬)라지만 정도라는 게 있는 거 아닌가.

염세주의를 담은 것이라고 봐야 할지, 아니면 철학적인 생각을 말하는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그래도 한 줄기 빛은 있다는 희망적인 얘기를 하는 것인지 헷갈린다. 제목을 생각하면 ‘일생이란 무엇인가’를 다룬 이야기이련만, 주제 전달력이 썩 좋지 않다. 재미를 느끼기도 힘들다.

영상 면에서는 상당히 시청각을 신경 써서 만든 것이 보인다. 나중에 나올 장면이나 회상 등을 섞어 놓는다던가, 소리를 갑자기 바꾸거나 한 채널만 켠 것 같은 연출이 꽤 있는데, 그것들이 잔느의 상황이나 감정 상태 같은 걸 별다른 대사나 설명 없이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서사적이지 않고 감정을 건드리는 이런 연출은 특이하기는 했지만 전달력 등에서는 썩 나쁘지 않았다.

다만, 와이드가 익숙한 지금 시대에 웬 4:3인지는 좀 의문이다.

마지막으로 영화와는 상관없는 감상: 프랑스어 영화는, 특히 멜로 영화는 잘 감정이입이 안되는 것 같다. 배우들도 연기를 잘하는 건지 책을 읽는 건지 잘 모르겠고; 말투가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가;;

  1. 원작 소설은 더욱 그러해서, 잔느 뿐 아니라 여러 다른 사람들의 일화도 들어있다고 한다. 

  2. 강조하자면, ‘대체로’ 그렇다. 세세한 부분 등은 요약본과 비교해도 좀 다르다. 그러나 전체적인 형세는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