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Herman Hesse)’의 ‘수레바퀴 아래서(Unterm Rad)’는 어른들의 욕심과 잘못된 교육이 빗어내는 문제는 꼬집는 수작이다.

표지

소설의 주인공 ‘한스 기벤라트’는 누가 보아도 인정할만한 수재다. 여러 학문에서 단연 두각을 드러내니, 몇명밖에 안뽑는다는 수도원에 들어가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이는 그 자신이 그만큼 오랜시간 학문을 갈고 닦았기 때문이기도 한데, 중요한 건 과연 그게 정말로 원해서 하는 것이었냐 하는 거다.

소설 내용을 일부 담고 있으므로 주의 바란다.

단호히 아니라고 할만큼 한스는 다른 활동을 좋아했다. 집에 틀어박혀있기 보다는 산책을 하고, 낚시대를 직접 만들어 물고기를 낚으며, 수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들을 제대로 즐기거나 누리지는 못했는데, 그에겐 끊임없이 밀어닥치는 그놈의 학업이 있었기 때문이다.

소설은 때때로 밝아지기도 하지만 대체로 어둡고 칙칙한 빛깔을 띄는데, 그건 소년의 마음이 언제나 억압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잠깐의 숨 돌릴 여유와 만남이 그에게 가져다줬던 그 밝음이 더욱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가 그같은 길을 걷게 된 것은 단지 그의 소심함 때문만이 아니다. 근본적으로는 그에게 그러한 삶을 강요한 교육과 어른들에게 책임이 있다.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을 녹여 자전적으로 쓴 이 소설은 19세기 말에 있었던 이런 문제들을 꽤나 노골적으로 지적했다.

웃긴건 그게 전혀 낯설지가 않다는 거다. 지나친 교육열이나 그로 인해 정작 아이들이 더 소중하게 다루어야 할 것들이 외면당하는 것은 물론, 한계까지 몰린 끝에 자살에 이르기도 한다는 것까지, 여러면에서 한국의 교육현실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죽음으로써 모든 것에서 해방된 것 처럼 그린 이야기의 결말은 그래서 더욱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