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투리 하나린 1: 다시 시작되는 전설’은 아기장수 우투리 설화를 현대적으로 재탄생시킨 소설이다.

표지

아기장수 설화는 한국 여러 지역에 널리 퍼진 설화 중 하나다. 각 설화는 지역마다 또는 이야기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대게 힘이 세고 하늘을 난다거나, 날개와 비늘처럼 다른 사람과는 구별되는 특징이 있으며, 결국엔 비극으로 끝난다는 공통점이 있다.

우투리 설화는 그런 아기장수 설화 중 대중적으로 알려진 것이다. 그 이름을 사용했으니, 이 소설은 우투리 설화의 이후를 그린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말하자면 우투리가 허무하게 죽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를 담은 대체 역사물이라고도 할 수 있는 셈이다.

우투리에게 후손이 있었고 그들이 비밀리에 명맥을 이어오고 있었다는 설정은 꽤나 매력적이다. 얼핏보면 우투리의 힘이 과연 현대사회에서 얼마나 가치가 있을까 싶을수도 있다. 하지만, 자유롭게 하늘을 나는 것은 누구든 한번은 생각해 보았을만큼 보편적인 꿈이 아니던가. 정말로 있다면 욕심을 내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우투리의 힘을 탐해 주인공들에게 접근하는 ‘제이든’과 그들로 인해 벌어지는 이야기들도 적당히 개연성이 있어 보인다.

물론, 이야기 중간중간에 허술한 점도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당장 입양 건만 해도 그렇다. 대체 누가 입양이 그런 식으로 이뤄질거라고 생각하겠는가. 아무리 어리다고 해도 그건 좀 무리다.

천막을 치고 하는 이동 서커스단을 한다는 설정도 그렇다. 정체를 숨기며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는 무리를 표현하기에는 더없이 적당한 것이었겠지만, 이제는 사실상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업종이 아니던가. 소설의 배경이 90년대 정도라면 또 모를까, 썩 현실성있어 보이진 않았다.

당연히 치밀했어야 할 부분을 소홀히하는 등 진행을 위해 얼렁뚱땅 넘어가는 부분도 꽤 있다.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좋은 독서 경험이었다. 고전 설화를 재탄생 시킨 점이 좋았을 뿐 아니라 이야기도 괜찮았기 때문이다. 흥미를 끌고 상상력을 자극해서 이후에 어떤 이야기가 이어질지 계속 궁금하게 만든다. 이런 점만으로도 충분히 볼만한 소설이 아닌가 싶다.

1권은 등장인물과 이들간의 관계를 설명하는데 꽤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그래서 생각보다 이야기 자체는 그리 많이 나가지 못해 떡밥으로만 남겨진 것도 있는데, 과연 그것은 무엇이며 어떤 이야기에 담아 풀어낼지 궁금하다. 늘 비극이던 우투리들의 이야기도 과연 이소설에서는 어떻게 마무리할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