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내용을 일부 포함하고있으니,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은 주의 바란다.

리메이크는 왜?

바닐라 스카이(Vanilla Sky, 2001)는 SF 미스터리 로맨스 영화로 스페인 영화 오픈 유어 아이즈(Abre Los Ojos, 1997)의 리메이크판이다. 헐리웃판이라 그런지 미스터리 스릴러였던 원작의 모습은 거의 사라지고 SF 로맨스가 되었다.

원작을 좋아하던 사람들은 거의 악평을 하는데, 그건 리메이크 하면서 원작이 갖고있던 장점들이 거의 사라졌기 때문이다. 내용은 똑같지, 더 나아진 것은 없지, 원작의 장점들은 사라졌지.. 그러니 왜 리메이크 한 것인지 모르겠다는 소리도 듣는다. 오죽하면 오로지 페넬로페 크루즈 때문에 찍은 영화라는 루머가 있을 정도겠는가.

« IMG » 다정한 포즈를 취하는 톰 크루즈와 페넬로페 크루즈 톰 크루즈는 영화 촬영 후 니콜 키드만과 이혼했으며, 페넬로페 크루즈와 사겼다. 이만하면 크루즈(Cruise)x크루즈(Cruz) 설도 나올법 하다.

나는 바닐라 스카이를 먼저 보고, 원작이 더 낫다는 말을 들어서, 후에 오픈 유어 아이즈를 봤는데 오픈 유어 아이즈는 정말 지루했다. 결말을 알고서 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럴땐 (반전같은 요소가 아닌) 이야기 자체가 재미있거나, 연기나 그런거라도 볼만해야 하는데, 원작은 그런거 거의 없거든. 내면 연기나 그런것도 그렇고, 세세한 설정같은것도 리메이크가 더 나은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꼭 반전영화라고해서 여러번 보기 재미 없는 것만은 아닌데, 오픈 유어 아이즈는 두번 볼만한 것은 아니었다.

제목에 대한 고찰

바닐라 스카이가 오픈 유어 아이즈의 리메이크라고 하면, 먼저 제목이 크게 다른것을 의아하게 생각할 것이다. 이건 리메이크판의 단점 중 하나로, 원래 원제는 꽤 여러 의미를 갖고있었다.

우선 ‘눈떠라(Open your eyes)’라는건, 스페인이나 미국 같은데서 잠을 깨울때 쓰는 말이다. 우리가 보통 ‘일어나~’라고 하는것 처럼 ‘눈떠~’라고 한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영화에서는 주인공이 꿈을 꾸고 있을 때, 꿈에서 깨우기 위한 주문처럼 저 말을 사용한다.

표면적으로는 그렇지만, ‘눈뜨라’라는것은 ‘깨달으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영화에서 주인공은 내내 자신이 살고있는 세계가 진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 그는 꿈속에 있었고, 자신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던 모든것들은 꿈이며 자신이 만들어낸 환상이었다.

주인공은 그것을 깨닫게 된 이후에야 비로소 ‘악몽’에서 깨어날 수 있게되는데, 그를 냉동보관시킨 L.E.가 고객이 요구할 때만 사용자를 소생시켜주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목이 복선 역할을 하는 셈이다.

« IMG » 바닐라 스카이의 포스터 단지 이 장면 때문에 바닐라 스카이라니.. ..의미나 복선이라곤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리메이크에서는 제목을 ‘바닐라 스카이’로 바꾸면서 복선이 완전히 없어졌다. 왜 제목이 바닐라 스카이인지는 영화 마지막에 나온다. 관리자가 주인공에게 사실을 털어(?)놓으면서 ‘이 아름다운 모네의 하늘 아래 더 나은 삶을 주입했죠.’라는 대사를 날리는데, 단지 그것 때문에 제목이 바닐라 스카이가 된거다.1

제목이 그렇게 되면서 포스터도 그런식으로 찍었고, 미스터리한 느낌은 많이 없어졌다.

영화의 볼거리는 섹스신?

어쩌면 좀 지루할 수도 있는 이 긴장감 없는 미스터리 영화에서 페넬로페 크루즈의 벗은 몸은 유일하게 볼만한 장면이다. 스토리보다 더 눈에 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 IMG » 페넬로페 크루즈가 벗고 나오는 섹스신 두 영화 모두에서 같은 역을 맡은 페넬로페 크루즈는, 다 벗고 나와서 영화의 유일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영화 내용과는 별로 상관 없는데도 불구하고 꽤 수위높은 섹스신이 영화 끝자락에 등장하는데.. 감독도 사실 알고 있었던게 아닐까/ 이런 장면 한두개 정도가 안들어가면, 영화가 그닥 볼게 없다는걸 말이다.

원작과의 비교

리메이크에서는 세부적인 내용만 일부 바뀐게 있다. 일단 지금 생각나는 것들만 꼽아보면 대략 이렇다.

이런 세부적인 내용 외에는 전부 똑같다. 때문에 어느 한쪽만 보라고 한다면 먼저 본 ‘바닐라 스카이’를 꼽겠다. (전체적으로 지루하긴 하지만) 연기도 이 쪽이 더 낫고 말이지.

하지만, ‘오픈 유어 아이즈’를 먼저 본 사람은 아마 반대일거다. 원작이 갖고있던 꼬이고 꼬인 배신과 시기 질투, 그리고 복선과 미스터리함이 날아갔기 때문이다.

그래도, 별 의미없는 리메이크였다고는 하지만, 세부적인 설정에 좀 더 신경을 쓴 ‘바닐라 스카이’를 더 높게 쳐주고 싶다.

그래서?

한번 봐볼만 하다. 그러나 두번은 아니다.

리메이크와 원작을 모두 볼 필요는 없다. 어느 한쪽을 본 다음에 다른쪽을 보면, 마치 범인을 알고 추리극을 보는것 처럼, 지루하고 재미없다. 하나만 보면 충분하다. 두개가 서로 지향점이 다르므로 좀 더 끌리는 쪽을 보기 권한다.

  1. 여기서 모네의 하늘이라고 하는것은 모네의 작품 중 ‘바닐라 스카이(vanilla sky)’를 두고 하는 얘기다. 영화 중간에 모네의 작품인 바닐라 스카이를 보는 장면이 나오는데, 나중에 어머니가 아꼈던 작품이라고 설명이 나온다. 더 나은 삶을 만들기 위한 한 요소로 어머니가 아끼던 작품의 하늘을 넣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