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유전학’은 유전학을 소재로 한 소설이다.

표지

실존 인물과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그 뒤에 있을법한 이야기를 그려낸 소설이지만, 사실 그런 작품 배경을 전혀 모르고 보는 것이 훨씬 낫다. 그편이 일종의 반전미랄까, 뜻밖의 사실로 연결됨으로써 받을 수 있는 신선함을 더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차라리 그렇게 연결되지 않는 것이 더 나았겠다는 생각도 든다. 왜냐하면, 소설에서 그리고 있는 ‘기적의 케케’의 이야기와 그 이후의 이야기가 전혀 연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단지 그 뿐이랴. 오히려 결코 연결되지 말았어야 할 것 같은데 연결을 하기 때문에 이제까지의 서사는 그럼 뭐였냐는 당혹스런 기분도 든다. 어머니의 과거사를 들으며 여러 감정과 생각을 표출했던 사내가 차라리 반대되는 행동을 했으면 했지, 그렇게 할거라고는 생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왜 그렇게 엮이게 되었느냐에 대한 가설을 은근슬쩍 흘리기는 한다. 그러나, 그건 여러 시기와 사실관계를 넘어선 것이기에 전혀 실제 역사에 기반한 추론인 것도 아니고, 심지어 그 자체로 대단히 흥미로운 소설적 요소인 것도 아니다. 괜한 사족이라는 말이다.

소설의 주를 이루는 케케의 경험담은 꽤나 흥미롭다. 전도유망하며 야망이 있었던 인물이 어떻게 망가지며 악으로 변질되어가는지도 나름 볼만하다. 괜한 사족이라고 했던 요소도, 사실 본편만 두고 본다면 몇몇 인물들의 행동을 설명해주기도 하기에 썩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계속해서 부정했던 과학적인 오류를 그대로 긍정하는 요소를 사용한 것이나, 본편과 들어맞지 않는 역사를 끼워넣음으로서 이야기가 모순되게 만든 것은 썩 좋게 보이지 않는다.

차라리 순수한 픽션으로만 있는 편이, 역사 요소는 그냥 아예 없는 게 더 나았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