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오스틴(Jane Austen)’의 ‘오만과 편견(Pride and Prejudice)’은 18~19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결혼과 오해, 편견, 엇갈림 등을 그린 로맨스 소설이다.

표지

사건은 웬 부자가 이사오면서 시작된다. 한참대의 여자들이 있는 이 시골 마을에선 부자에게 시집가고 싶어하는 여자들이 많았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그 주위로 사람들이 모이며 여러가지 일들이 벌어진다.

그러면서 소설은 첫인상으로 생겨났던 오해와 편견이 어떻게 커져가는지를 보여주는데, 이걸 꽤 흥미롭게 잘 묘사했다. 물론, 때로는 주인공이 생각이나 행동이 좀 편향된 것 아닌가 싶은 면도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도 첫인상이 가져온 부수효과라고 생각하면 이해되지 않을 것은 아니었다. 이야기 구성이나 흥미롭게 끌어가는 것도 그렇고, 은근히 세태를 돌려까는 면모까지, 보다보면 왜 이 소설이 그토록 오랫동안 사랑받으며 명작으로 불리는지 이유를 알 법하다. 오만과 편견이라니, 제목도 정말 적절하다.

1813년에 처음 출간된 이 소설은, 한국에서도 이미 여러 출판사에서 출간했고, 영상화도 여러번 된 바 있다. 이야기도 흥미로운 요소가 많아 다른 작품에서 일부 차용하기도 했으니, 내용 자체는 이미 익숙한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이 책은 그걸 이번에 VISUAL CLASSIC이란 이름으로 전문만화가의 삽화를 첨부해 다시 낸 것인데, 작품 자체는 변화가 없는데도 일러스트만으로 이렇게 다른 느낌을 줄 수 있다는게 꽤 재미있다.

일러스트는 만화적으로 해석해서 그런지 머리나 복장 등이 좀 현대적이어서 소설을 보면서 상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느낌을 주기도 하는데, 그렇다고 그게 부정적인 느낌까지 주는 것은 아니다.

다만, 쪽수에 비해 일러스트 수가 너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애초에 새로 그린 일러스트가 장점인 시리즈라 책 뒤쪽에 일러스트 속지를 넣었는데, 기왕하는 거 조금만 더 인심을 썼으면 어땠을까 싶다.

새로 출간하면서 번역도 일부 개선한 듯화다. 번역가인 서민아가 기존에 했던 번역과 비교해보면 문장과 표현들이 바뀐 걸 어렵지않게 알 수 있는데, 유명한 작품이고 그래서 많이 나왔음에도 번역 문제가 제기되곤 했다는 걸 생각하면 긍정적인 변화다. 다만, 여전히 한국어로는 어색하거나 뜻이 모호한 것들이 눈에 띄어 좋은 번역이라고 하기는 좀 애매하지 않나 싶다.

한국인에겐 낯선 18~19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한 만큼 언뜻 이해되지 않는 이야기도 많은데, 그것들에 주석을 달지 않은 것도 아쉬운 점이다. 대표적인 예가 유산 상속에 대한 거다. 작품안에서만도 유산이 모두 남자에게만 상속되는 게 아니란 걸 알 수 있는데, 왜 유독 베넷가는 그런 식으로 상속이 진행되는지 배경지식이 없는 사람은 잘 이해하기 어렵다. 일도 안하고 무도회나하며 놀고먹기만 하는 것도 이들이 나름 지위와 재산이 있는 부류라는 걸 모르면 이상해 보일 수 있다. 이처럼 소설 속 이야기가 벌어지는 주요 요인들은 짧게라도 주석을 덧붙여 설명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