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린 헌터(Erin Hunter)’의 ‘전사들 1부 예언의 시작 1 야생으로(Warriors: The Prophecies Begin #1 Into the Wild)’는 야생 고양이들의 이야기를 시리즈의 시작을 그린 소설이다.

표지

장대한 시리즈의 첫 시작인 이 책은 집고양이인 러스티가 우연히 야생 고양이들인 ‘전사들’에 대해 알게되고 그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진정한 전사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인간과 함께 생활하던 동물이 야생으로 복귀하는 이야기를 그린 것들은 대게 인간의 시점으로 쓰여진 것이나 야생으로 돌아가면서 끝나는 것들이 많은데, 이 시리즈는 야생으로 들어가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게 흥미롭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조금 걱정이 되기도 했다. 과연 야생 고양이의 생활이나 문화를 얼마나 흥미롭게 그려낼 수 있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걱정은 말 그대로 ‘우려’에 지나지 않았다. 인간적인 판타지가 진하게 녹아있기는 하지만, 흥미와 재미 면에서는 기대 이상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인간이 사는 곳 바로 옆에 인간들은 미처 상상하지도 못했던 강맹한 고양이들이 부족을 이루고 산다는 것도 그렇고, 그들끼리 규율을 정하고 따른다거나, 사냥과 전투를 넘어 정치를 하기도 하는 등 야생 고양이의 세계를 정말 생생하고 매력적으로 그려냈다. 종족 이름이나 각자의 이름도 그렇고, 문화적인 면도 여러 면에서 아메리카 원주민을 떠올리게 했는데 그런 것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들의 세계 못지않게 이야기도 매력적이어서 점차 성장해가는 어린 고양이들의 모습을 보는 것도 좋고, 뒷 이야기를 위해 떡밥을 뿌리는 것도 어떻게 해소될지 궁금증을 자아내게 했다. 이 의문들은 1권에서 모두 해소되지 않는데, 이게 아쉬움도 남기는 한편 2권에 대한 기대감도 들게 했다.

번역도 나쁘지는 않은데, 다만 일부 의아한 문장이 눈에 띄긴 했다. 영어와 한국어의 언어 차이로 인한 정확히 번역할 수가 없어서 그랬던 것 같은데, 그렇다고 어색하게 직역해 버리기보다는 조금 의역을 하더라도 매끄럽게 다듬는게 좋지 않았을까 싶었다.

이름 번역은 조금 다른 의미로 아쉬웠다. 전사들의 이름은 아메리카 원주민의 그것처럼 그 자체가 의미도 담고 있는데, 그걸 그냥 소리나는대로 읽어 표기했기 때문에 그런 느낌이 좀 사라진 것 같아서다. 종족 이름은 별족, 바람족처럼 번역을 했는데, 기왕에 이름도 ‘늑대와 춤을’이나 ‘주먹 쥐고 일어서’처럼 번역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살짝 들었다.

‘전사들’은 이미 엄청 유명하고 그만큼 사랑도 많이 받은 시리즈다. 본편만해도 무려 7부까지 써졌고, 그 외에 특별판이나 만화로도 만들어진바 있으니 웬만하면 전사들에 대해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게 이번에 가람어린이에서 새롭게 출간한 것이다. 안그래도 보고싶은 작품 중 하나였는데, 마침 좋은 기회에 접하게 된 셈이다.

전사들은 이번 출간으로 1부만 벌써 3번째 나오는 것이라고 하는데, 부디 이번에 가람어린이에서 7부까지는 물론 특별판이나 가이드까지 계속해서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