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 가는 길 1’은 조선시대 두 여성의 이야기를 그린 만화다.

표지

주인공인 두 여성은 올케와 시누이 관계다. 시집 살이에서 만나게 된 관계라는 점에서 자칫 껄끄러워질 수 있으나 둘은 묘하게 마음이 잘 맞아 서로 의견을 나누고 글자를 배우면서 우정을 쌓는다. 하지만, 이런 생활을 곧 문제가 생기면서 깨어지게 되고, 마치 운명처럼 새로운 바람에 올라타게 된다.

조선이라는 시대를 배경으로 두 여성을 주인공을 삼고 시잡살이를 주요 이야기의 하나로 사용한만큼 이 만화는 시작하면서부터 꽤 노골적으로 페미니즘적인 내용들을 내비친다. 당시 여성들이 받아야만 했던 차별과 소외를 꽤 사실적으로 담았는데, 거기에 신부제로 인한 문제까지 얹어 이를 더 강화해서 보여준다.

그래서 일부 인물은 다소 과장된 면도 있어 보이는데, 다행히 허용할만한 수준이라 아직 크게 어색하지는 않다.

이들의 모습은 조선시대의 것인데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낯이 익기도 하다. 불과 수십년 전만해도 흔하게 행해지던 것들과 닮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연히 현대에도 아직 남아있을 남존여비라는 사회풍토를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한다.

그 속에서 주인공들이 일종의 일탈로 야설을 갖고 노는 것이 꽤 흥미로웠는데, 그 자체가 다분히 비밀스러운 것이라서 그렇기도 하고, 그게 어떤 이야기나 사건으로 이어질지 궁금해서기도 하다. 과연 이들의 일탈이 어떤 큰 사건으로 발전할지 기대도 됐다. 이것만으로 꽤 볼만할 것 같아서다.

그렇기에 거기에 ‘홍경래의 난’을 추가하여 이야기를 확장한 것은 좀 의외기도 하고, 걱정스럽기도 했다. 자칫하면 이야기의 초점이 흐트러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마 작가는, 신분제로 인해 벌어지는 문제를 페미니즘을 강화하는데 썼던 것처럼, 민중봉기 역시 불평등이라는 코드로서 페미니즘의 연장으로 다루려고 하는게 아닌가 싶다.

역사적 사건을 사용하는 것은 좀 더 극의 현실감을 높이는 장점도 있지만, 또한 끝이 정해져 있기에 긴장감이 떨어지며 자칫하면 한쪽 이야기가 가볍게 소비되기 쉽다는 단점도 있다.

그걸 얼마나 잘 극복하면서 양쪽 모두의 조화를 맞출지, 또 그 안에서 페미니즘을 어떻게 그려낼지 지켜봐야 겠다.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