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섀넌 맥과이어(Seanan McGuire)’의 ‘문 너머의 세계들(Every Heart a Doorway)’은 ‘문 너머(Wayward Children)’ 시리즈 첫번째 책이다.

표지

어떻게보면 고전 동화나 신화 등을 생각나게 하는 설정이다. 갑작스레 이세계로 가게 됐다가, 뭔가 중요한 깨달음 또는 자신감 같은 것 등을 얻고 돌아와 현실에서 잘 살아간다는 식의.

별주부를 따라 용궁에 가는 토끼가 그렇고, 토끼굴을 통해 이상한 나라로 가게 된 앨리스가 그러하며, 피터 팬을 따라 네버랜드로 간 웬디나, 철도역 비밀의 승강장에서만 탈 수 있는 급행열차로 일상을 떠나 호그와트 마법학교로 떠난 해리포터도 넓게 보면 역시 그러하다.

조금 다른 변주로 거북이를 따라 용궁에 갔던 우라시마 타로 이야기같은 것이나, 하데스에게 납치당해 명계로 끌려갔다가 강제로 양쪽 세계에서 생활해야만 하게되는 페르세포네의 일화같은 게 있기도 하나, 어느 것이든 결국엔 현실 세계로 돌아오는 것이 긍정적인 것임을 전제에 두고 이야기하는 것들이다.

그러나, 만약 현실에서 시궁창만 겪었다거나, 설사 그렇지는 않더라도 이세계가 훨씬 자신과 잘 맞으며 행복하게 살 수 있음을 실감했던 사람이라면 어떨까. 다시 현실 세계로 되돌아오게 됐을 때, 그들은 과연 그것을 단지 하나의 경험, 일종의 추억으로 넘기고 다시 현실에 맞춰 삶을 이어나갈 수 있을까.

어떻게 보면 사소한 작은 의문, 생각의 꼬리에서 뻗어나간 듯한 이 소설은, 보통 이세계물들이 그러는 것같은 말랑한 이야기를 생각한다면 조금 충격적일 수도 있다. 여기에 담긴 이야기는 꽤 제대로 된 다크 판타지이기 때문이다.

전개도 그렇다. 친절하게 세계관이나 캐릭터, 설정을 이야기해주는 것 없이 독자도 처음 그러한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된 것처럼 하나씩 알아가게 만들면서, 분위기를 잘 유지한다.

그래서, 그런 튕겨져 나온 여행자들이 모인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어떻게 보면 극단적이어 보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입이 되면서 수긍하게 만들기도 한다.

뻔하다면 뻔하지만 딱히 추리물이 아니라서 그게 흠처럼 느껴지지도 않고, 매력적인 세계와 분위기를 잘 보여주기에 이어질 시리즈도 기대하게 한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