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빛의 수수께끼’는 아이의 진로 고민을 다룬 창작동화다.

표지

주인공인 ‘창이’의 아버지는 숙수다. 숙수(熟手)란 궁중에서 음식을 만드는, 말하자면 전문 요리사라고 할 수 있는데, 남자가 부엌에 들면 고추가 떨어진다느니 하며 놀림감이 되기도 하다보니 아버지를 따라 숙수가 되고 싶지가 않다.

그래서 고민 끝에 얘기했더니, 왠걸 선뜻 받아들여주는 게 아닌가. 다만, 아버지의 숙수 일을 돕는 동안 아버지가 내는 수수께끼를 풀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창이는 놀림감인 숙수를 하고싶지 않아서 숙수들이 일하는 여러 곳들을 돌아보며 아버지가 얘기한 수수께끼의 정답을 찾으려 노력한다.

얼핏보면 수수께끼를 풀어야 한다고 조건을 단 아버지가 좀 치사해보이기도 하다. 그러나, 거기엔 꽤 여러가지의 깊은 뜻이 담겨있다. 숙수 일을 도우러 왔으니, 시간을 두고 경험해보며 숙수란 일에 대해 좀 더 알도록 하기 위한 것이 그 하나요, 수수께끼에 숨은 의미를 통해 정말로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깨닫길 바라는 게 다른 하나다.

창이는 전혀 자신이 원해서 다른 일을 하겠다고 한 게 아니었다. 그랬으면 애초에 숙수가 하기 싫다고 하는 게 아니라, 무슨 일을 하고 싶다고 했겠지. 그저 다른사람에게 놀림거리가 되기에 마뜩지 않고, 그래서 그런 일을 하고 싶지 않았던 것 뿐이다.

그렇기에 정작 숙수란 어떤 사람들인지를 보고 싫었던 놀림거리가 전혀 허무맹랑한 소리라는 걸 알게되니 더는 신경이 쓰이지 않게 되고, 오히려 얼마나 멋진 사람들이 보람찬일을 하는지를 알게되어 관심도 생기게 되면서 자연히 숙수가 하기 싫다는 소리는 쏙 들어가게 된다. 숙수를 하든 그렇지 않든, 남에게 휘둘려서가 아니라 스스로 생각해서 하고 싶은 걸 찾기로 하는 거다.

뻔하지만 좋은 가르침을 숙수 체험과 수수께끼 풀이를 통해 나쁘지 않게 풀어냈다.

이야기를 조선 정조의 화성행차를 배경으로 하고 그를 담은 원행을묘정리의궤(園幸乙卯整理儀軌)를 따라 음식 등의 삽화를 붙여 볼거리를 더한 것도 좋다.

아쉬운 것은 ‘정 숙수’라는 인물과의 이야기가 좀 붕 떠있다는 거다. 당시의 인물과 사실들을 통해 실제 역사 속 현장이란 느낌을 더해주기는 하지만, 창이의 이야기와 밀접히 연결되어있거나 한 것은 아니라서 괜한 추가처럼 느껴진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