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쑤퉁(蘇童)’의 ‘참새 이야기(黃雀記)’는 1980년대 개혁개방 격변의 시기를 배경으로, 청소년 강간사건에 휘말린 세 청춘의 비극적인 운명을 그린 소설이다.

표지

소설의 내용을 일부 담고 있으니 주의 바란다.

제목인 ‘참새 이야기’는 사실 좀 생뚱맞다. 소설에 딱히 주요하게 참새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참새 자체가 비유적으로 쓰인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제목의 ‘참새(黃雀)’는 ‘당랑포선 황작재후(螳螂捕蟬 黃雀在後)’1라는 중국 고사성어에서 온 것이다. ‘사마귀가 매미를 잡으려 하나, 참새가 뒤에 있음을 모른다.’는 이 말은 눈앞의 이익에 정신이 팔려 뒤에 닥칠 위험을 깨닫지 못함을 이른다. 주인공들의 결말을 생각하면 꽤 의미심장하다.

바오룬, 류성, 선녀 세 주인공을 중심으로 총 3부로 구성된 참새 이야기는 순간적인 욕망, 눈 앞의 이익, 그리고 사소한 오해가 사람의 인생을 어떻게 구렁텅이로 떨어뜨리는가를 잘 보여준다.

사실 소설이 처음부터 끝까지 내내 암울하고 절망의 구렁텅이 같은것은 아니다. 중간에 한번 갈등이 해소되는 듯한 모습도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도 비록 이들이 어찌할 수 없는 어둠을 지나 왔지만 여기에서 새로운 빛을 보는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작가는 그렇게 놓아주고 싶은 마음이 없었나보다. 끝까지 안좋은 쪽으로만 일이 흘러가는데, ‘이게 이렇게 될 일이야!?’ 싶어 못내 한숨이 나온다.

그렇다고 억지스러웠다는 얘기는 아니다. 작가는 세 인물의 배경과 캐릭터도 나름 잘 만들었기 때문에 어느정도 예상할 수 있는 것이기도 했다. 다만, 꼭 그렇게 될 필요는 없었다는 얘기다. 그래서 주인공들의 입장에 감정이입해 도저히 어쩔 수 없는 억울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대체 이렇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세 인물의 성격이 묘하게 꼬여서 그런것도 있고, 한편으로는 시대상도 한몫 했을 것 같다. 개혁개방 이후 먹고사니즘에서는 벗어났지만, 막상 누릴 수 있는것은 풍요가 아닌 돈과 권력차에 의한 박탈감 뿐이니 좀 더 돈과 욕망에 집착하지 않았을까. 그런 상황에서 순간의 일탈은 어쩌면 언제든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또 그게 범죄에 대한 마음의 허들을 내렸을 수도 있다. 심지어 권력이 낳은 부패는 작을 수도 있었던 악행을 보다 큰 것으로 부풀리기까지 했다.

그렇게 보면 작가가 소설에서 ‘혼’ 얘기를 꽤 주요하게 다루는 것도 나름 의미하는 바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아쉬운 점은 오타가 빈번히 발견된다는 것이었는데, 다행히 번역 자체는 그리 나쁘지 않은 듯 읽어 나가는데 큰 무리는 없었다. 소설도 꽤 흡입력 있게 쓰여져, 긴 분량에도 불구하고 재미있게 볼 수 있다. 내용은 그렇지 않지만 말이다.

  1. ≪설원≫의 <정간(正諫)>에 나오는 말로, 당랑포선(螳螂捕蟬)이라고만 하기도 한다. 유의어로는 당랑규선(螳螂窺蟬), 당랑박선(螳螂搏蟬), 당랑재후(螳螂在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