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열 중단편 수상작 모음집’은 그의 중단편 소설 중 수상작 등 여섯편을 모아 엮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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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작을 모았다1는 말 맞다나, 이 책에 실린 소설들은 실로 어느 것 하나 버릴 게 없다. 요즈음의 것들과 비교하자면 꽤 옛되보이긴 하나 문제가 고급스럽고 묘사가 괜찮으며, 이야기를 끌어가는 솜씨 또한 좋다.

수록작들은 꽤나 사회소설적인 면이 있다. 인간 드라마나 인간 본성을 꼬집는 것을 그리기보다는, 그러한 사회에서 뒤틀리는 인간들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다분히 저자가 살아온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시대소설로도 읽힌다. 한국 현대사에 대한 일종의 우화라고도 일컫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 특히 그런데, 저자 자신이 살아온 시대를 집대성해 담았다고도 할 수 있어서 더 그런 게 아닌가 싶다.

수록작 중에서도 특히 눈에 띄는 이 소설은, 현대사를 적절히 변형하여 집어넣었을 뿐 아니라 캐릭터와 이야기 자체의 완성도도 높다. 덕분에 ‘병태’를 주인공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도 흥미롭고, 그를 따라가면서 한국 현대사의 관련 사건들을 자연스레 떠올리며 각각을 비판적으로 곱씹어보게 된다.

후일담에서 다소 오기스럽게 권선징악스런 마무리를 했다2고 한 걸 보면 한국 현대사를 담는다는 것 외에는 그렇게 복잡하게 고민하진 않았겠다도 싶다만, 대중과 권력자들의 추악한 면이라거나 휩쓸리며 편승하는 것도 잘 그렸고, 독재자에 대한 혁명이 또 다른 독재자에 의해 일어나는 등 아이러니한 면모도 보여서 여러측면에서 여러번 곱씹어보게 만들기도 한다.

이어지는 ‘시인과 도둑’은 혁명을 주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좀 연관되어 보이는데, 마치 사고 실험을 소설화 한 것 같아서 나름 흥미롭다.

‘금시조’와 ‘익명의 섬’은 비교적 개인적인 것에 더 집중을 하고 있는데, 예술적 승화를 보이는 금시조는 물론 인간의 은밀한 욕망을 기묘한 분위기로 그려낸 익명의 섬도 꽤 완성도가 높다. 특히 중간에 나왔던 것들이 뒤에서 다르게 반복되며 이야기를 완성하는 것이 좋다.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1. 엄밀히 말하면, ‘익명의 섬’은 수상작은 아니다. 

  2. 그래서인지 이후 다른 버전의 엔딩을 첨부하기도 했다. 다소 조폭 미화물스러운 것과 모호하게 해석의 여지를 남기는 게 그것인데, 아쉽게도 이 책에는 수록하지 않았다. 후자는 영화가 잘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