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열 형민우 만화 초한지 10’는 항우와 유방의 마지막 싸움을 그린 시리즈 마지막 권이다.

표지

초한지(楚漢志)는 한국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중국 역사 소설의 하나다. 종산거사 견위의 ‘서한연의(西漢演義)’로 그를 저본으로 옮긴 초한지는 일종의 2차 창작물 또는 축약본이라 할 수 있다.

근본이 역사 ‘소설’인 만큼 초한지도 삼국지 못지않게 여러 작가들에 의해 다양한 해석이 붙은 판본이 나와있는데, 대부분은 기본적으로 앞서 얘기한 것처럼 서한연의를 저본으로 하고 있다. 이문열의 초한지는 그런 점에서 역사서인 ‘사기(史記)’를 원전으로 했다는 게 독특하다. 그래서인지 다른 책들에 비해 오류가 미미하다고 평가를 받기도 한다.

이 만화는 그런 이문열의 초한지를 원작으로 만화가 형민우가 재탄생 시킨 것으로 원작의 이야기과 만화의 매력이 모두 잘 살아있는 작품이다. 항우와 유방이 서로의 다투는 내용이나, 그 과정에서 유방이 천하를 제패해가는 것과는 달리 항우가 스스로 고립되고 자멸해 가는 모습을 잘 그렸으며, 매력을 느끼게 할만한 캐릭터 디자인이나 만화로서의 연출 역시 좋은 편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는 어린이용이고 방대한 분량을 짧게 요약한데다, 주요 장면을 제외한 많은 부분을 생략하고 해설로 처리하기도 했기 때문에 세세한 이야기나 묘사는 많이 죽은 느낌도 있었다.

주요 인물인 항우와 유방에 대한 묘사도 그렇다. 얼핏 보면 단순히 항우는 악인이고 유방은 선인 것 같지만, 잘 보면 의외로 항우가 원칙과 의리에 충실한가 하면, 유방은 실리를 위해 의리나 약속마저 저버리는 파렴치한 행동을 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먼 후손인 삼국지의 유비도 비슷한 캐릭터였던걸 생각하면, 참 피는 못속이는구나 싶어 웃음도 난다. 그러고보면 유방의 캐릭터 디자인은 묘하게 양아치처럼 비치기도 하는데 어쩌면 작가가 그런 면모를 반영해서 그런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흥미로운 개개인의 이야기나 일화등은 채 맛을 음미하기 어려울 정도로 찰나에 지나가 버린다. 그래서 개별 캐릭터의 상황과 감정에 몰입하기 어렵다. 요약판이 지닌 한계인 셈이다.

물론, 애초에 요약판인걸 알고 보는만큼 감안할 만은 하다. 전체적으로 이야기도 잘 정리된데다, 작화도 괜찮아서 초한지를 즐기는데도 무리 없다. 그래도 역시 자잘한 부족함들은, 요약판이 아니라 장편 연재만화였다면 어땠을지 아쉬움을 남긴다.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