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키야 미우(垣谷 美雨)’의 ‘며느리를 그만두는 날(嫁をやめる日)’은 남편이 죽고 시집살이를 시작한 한 여자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표지

갑작스런 죽음이었다. 출장이란 거짓말을 뒤로한채 시내 한 호텔에서 죽은 남편에겐 눈물조차 나오지 않는다. 무려 15년을 같이 산 남편이지만 부부라기엔 너무 거리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생활도 남편에게 용돈을 받았을 뿐, 따로 파트타임 일을 하면서 벌어서 해왔기 때문에 딱히 어려울 것은 없었다. 별로 달라질 것은 없는 거다.

그러나, 그만그만한 사이였던 시댁이 남편의 죽음 이후로 더욱 가깝게 다가오고, 며느리로서의 역할과 미래를 얘기하는 것엔 점차 숨이 막혀온다. 남편의 숨겨왔던 비밀을 마주하면서 자신은 뭐였나 자괴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렇게 고민하던 그녀는, 결국 며느리를 그만 두기로 한다.

남편은 이미 죽었는데, 그래서 이혼도 불가능한데,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간단하다. 그저 관광서에 인척관계종료신고서(姻族関係終了届)를 내기만 하면 된다. 원한다면 추가로 구성회복신청서(復氏届)를 제출해 원래 성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1 그렇다. 이 소설은 어떻게보면 이런 제도를 알리기 위한 홍보물이기도 한 셈이다.

어쩌면 그래서 더 주인공에게 박하게 굴었던 것 같기도 하다. 마치 ‘이래도 이 제도를 이용 안할래?’라고 묻는 것 같달까. 그렇다고 그게 너무 억지스럽지는 않았다. 적당한 선에서 이야기와 제도 홍보를 잘 버무렸기 때문에 마치 막장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막장드라마 같다고 한 것은 발암 요소가 너무 많아서다. 매력적이며 담고 싶은 어른이었지만 곧 부담스러운 존재가 되는 시어머니에, 세상과는 담을 쌓은채 부모에게 얹혀사는 히키코모리 시누이는 물론, 자신을 감시하는 듯한 이웃, 비밀을 감춘듯한 전남편의 지인들, 남편의 비밀스런 여자, 자기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여동생과 그런 여동생만을 가엽어 여기는 무관심한 어머니까지. 그 뿐이랴 주인공을 등쳐먹으려는 사기꾼까지 있다.

심지어 주인공인 가요코는 어떤가. 그녀는 불만이 아무리 쌓이고 쌓여도 그걸 제대로 털어놓지도 못하는 소심하고 답답한 인물이다. 그런데다가 남의 말에 휘둘리고 휩쓸려가기까지 하니, 때론 주변 사람들이 악해서 그녀가 당하는 것인지 그녀가 도저히 어쩔 수 없게 글러먹어버린 호구라 사람들을 그런 방향으로 끌어당기는 것인지 헷갈릴 정도다.

그런 그녀이기에 ‘감히’ 며느리를 그만두겠다고 하고 그걸 실천으로 옮긴게 더 대단해 보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저자는 마냥 그게 좋은 것이라고만 얘기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가요코가 종종 후회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또 자신을 괴롭혔던 인물들에게 다른 일면이 있다는 것도 얘기하면서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것임을 은연중에 얘기하기도 한다.

그래도 분명 이런 선택지가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은 중요하다. 그래야 더 나은걸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도 이혼하지 않고 사별한 경우엔 배우자의 혈족과 인척관계가 유지된다. 재혼할 경우에는 자연히 그 관계가 소멸하지만, 일본처럼 임의로 인척관계소멸을 할 수도 있을지 궁금하다. 부양의무도 일본은 인척 3대까지 의무가 있다고 하는데 한국은 어떤지 기왕이면 주석이나 참고 페이지로 관련 내용을 담았으면 어땠을까 싶다.

이름 번역도 조금 아쉬웠는데, 코타츠(炬燵 / こたつ)를 고다츠라고 하는 등 거센소리 상당수를 예사소리로 적었는데 이게 일반과 달라 쫌 어색했다. 그래도 번역은 전체적 양호했다.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1. 일본은 한국과 달리 외국처럼 결혼 후 남편의 성을 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