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겐지’가 감수한 ‘요괴 배틀왕’은 여러 요괴들을 무작위로 토너먼트에 붙여 최강의 요괴를 가리는 컨셉의 요괴 도감이다.

표지

요괴는 매력적인 존재다. 그 기묘한 모습은 물론 초자연적인 능력도 그렇다. 그래서 판타지물 등에서 많이 등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각자가 차지하고 있는 분야가 워낙에 확실하고 다르다보니 여러 요괴가 서로 만나고 또 싸우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있더라도 해당 창작물의 세계관에 보정된 형태로 등장하기에 요괴들의 실제 전투를 시뮬레이션 한 것과는 거리가 먼게 대부분이었다.

그걸 이 책에서는 비교적 원래 요괴의 능력과 기술을 감안해 최강자를 가리는 토너먼트를 시뮬레이션 했는데, 일단 그것만으로도 요괴를 좋아하는 나의 흥미를 끌기는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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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컨셉만 그렇게 잡은게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그 컨셉을 잘 살리기도 했다. 처음부터 싸움 붙여 볼만한 요괴들을 선별한 것도 좋고, 그들을 별도의 패널티 없이 전심전력으로 붙이거나, 낮이나 밤 등에 상관없이 전력을 다할 수 있다고 보는 등 능력만으로 최강자를 가릴 수 있게 규칙도 잘 정한 편이다.

그러면서 각 요괴들의 능력치나 기술 뿐 아니라 주요 출몰지역이나 짧게 요약한 내력등도 함께 실어둬 여러 요괴들을 볼 수 있는 도감으로서도 즐길 수 있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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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토너먼트 승부라는 컨셉에 더 초점이 맞춰져있다보니, 요괴 각각에 대한 상세 정보는 좀 부족한 편이다. 중간중간 ‘오싹오싹 요괴 상식’이란 코너를 통해 요괴에 대한 정보를 보충해주긴 하지만 그래도 어떤 요괴인지 알 수 있을만큼 내용이 충분하지는 않다.

그래서 이미 각 요괴들에 대해 어느정도 알고 있는 게 아니라면, 그들의 배틀에 대해서도 별 흥미를 갖지 못할 수 있다. 책에 등장하는 요괴가 대부분 일본 요괴라서 더 그렇다. 이런 지역색은 이 책의 단점이라 할만하지 않나 싶다.

요괴 그림도 좀 별로였다. 3D 모델은 한번 만들어두면 계속 재사용할 수 있어 시리즈물을 만들기에는 나름 좋은 방식이기는 하겠다만, 그 완성수준이 높은 것은 아니라서 보면 어설프고 만족스럽지도 않았다. 완성도가 낮다보니 배틀 장면도 마치 인형을 단순 배치해논 것 같아 보이기도 했고.

요괴들의 토너먼트는 나름 볼만했지만, 요괴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은 사람에게는 아쉬움이 남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