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니엘 호손(Nathaniel Hawthorne)’의 ‘굿맨 브라운(Young Goodman Brown)’은 신념에 관한 마치 우화같은 단편 소설이다.

표지

주인공이 길을 떠나고 그 과정에서 일종의 어떤 깨달음 같은 것을 얻는다는 전체 구도나 등장인물들의 이름에 특정 개념을 가리키는 말을 직접적으로 사용했다는 점이 괜히 기독교 문학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비슷한 식으로 쓰인 ‘천로역정’ 같은 소설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소설이 그리고 있는 것, 말하고자 하는 바는 그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 그것도 조금 다른 것이 아니라 극적으로 다르다. 대충 반 기독교적이라고 해도 그럴듯할 정도다.

저자가 소설에서 기독교인의 표리부동함이나 모순같은 것들을 꼬집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물론 그가 사는 마을까지도 나름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그린데다 작중 인물의 입을 통해 꽤 노골적으로 얘기하기도 하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는 반론의 여지가 없다. 주인공인 ‘굿맨’의 최후를 생각하면 직접적으로 종교의 무상함을 그린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그렇다고해서 이 책이 단지 기독교인 비판만을 담고있는 것이냐 하면 그건 아니다. 좀 더 일반적인 개념으로서의 신념(믿음)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믿음은 얼핏 뚫을 수 없을만큼 견고해보이지만 의외로 작은 틈만으로 손쉽게 허물어지는 연약한 것이다. 종교처럼 남들에 의해 주어진 것을 그저 그대로 받아들여 만들어진 것이라면 더 그렇다.

믿음에 시험이 들이닥쳤을 때 사람들은 대부분 그것을 회피하는 길을 택하는데, 그것은 결국 안좋은 결론에 이르르는 경우가 많다. 한번 피어난 의심도 시간이 지나면 작은 계기로도 다시금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엔 신실하게 살지도 못하고 반대로 확실하게 파해치거나 믿음을 저버리지도 못하는 어중간한 상태로 스스로를 소모하게 된다. 이야기 속 굿맨처럼 말이다.

소설은 그러니 어떻게 해야한다고 딱히 답을 주거나 하진 않는다. 다만, 자기의 신념은 어떤지 생각해보게 한다.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