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더 데만트(Alexander Demandt)’의 ‘시간의 탄생(Zeit: Eine Kulturgeschichte)’는 시간의 개념과 기원, 역사를 집대성한 책이다.

표지

책 제목을 보면 ‘시간’이 어떻게 해서 생겨난 것인지 그 기원을 좇는 책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보다 더 큰 것, 문화사에서의 시간의 개념과 그것을 다루는 여러 가지 방법, 그리고 관점 등에 관해 얘기한다.1

그래서 다소 (특히 시간의 개념에 대해서) 철할적이고 어려운 내용이 많다. 또한, 실체가 없는 것을 다루는 특징 때문인지 여러 곳에서 언어학적인 연관성을 얘기하는데, 그게 독일어와 라틴어 등 서양 언어에 한정되어있기 때문에 이해할 수 없거나 와닿지 않는 부분도 많았다. 이런 내용은 병행 표기한 단어를 보면서 유사함을 느끼고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언어학적 분석

시간의 개념을 살펴본 후엔 다양한 관점에서 시간을 살펴본다. 보면 시간이 얼마나 인간의 역사에 깊게 관여되어있는지 알 수 있는데, 신화에서부터 종교, 일상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시간과 연관되지 않은 곳이 없구나 하고 새삼 놀라게 된다. 그래서인지 다양한 장치로 나타내거나 예술 작품으로 재탄생되기도 했는데, 이런 모습은 어떻게 보면 인간이 시간을 소유하려고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반대로 시간에 매여있는 것 같기도 하다.

하루와 일주일, 시대, 서력 등의 기원과 원형에 대해서도 살펴보는데, 현대의 시간 개념이 어디에서 왔는지 역사적 이야기들을 따라가는 것은 흥미롭기도 하고, 또 나름 재미도 있다. 다만, 명확한 기원까지는 알 수 없는 듯 보여 좀 아쉬웠다. 현존 기록을 근거로 좇다 보니 어쩔 수 없었던 것 같은데, 이건 한편으로 인간과 시간의 관계가 그만큼 오래전부터 있었다는 걸 짐작게 한다.

이 책이 시간을 대하는 여러 가지 관점을 소개하고 또 그것을 밝혀내는 것은 꽤 흥미롭고 유익하다. 개인적으로는 특히 시간의 개념과 그것이 녹아있는 언어학적 관점이 가장 흥미로웠는데, 그 이유는 그 안에 그동안의 역사와 생각들이 모두 녹아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걸 제대로 알고 느낄 수 없어서 아쉽기도 했다. 그래서 더욱 한국어에는 그러한 단어나 표현들이 없나 궁금하기도 했다.

한국의 역사와 언어, 문화로 봤을 때 시간은 어떠한지도 연구해보면 좋을 것 같다.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1. 원제는 번역하면 “시간: 문화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