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 독서’는 절망에 빠진 상황에서 독서가 왜 필요하고 어떤 책이 좋은지 추천해주는 일종의 안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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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먼저 절망이 왔을 때 왜 독서를 해야하는지 그것도 왜 절망이 담긴 책을 읽어야 하는지 얘기한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그게 더 좋기 때문이다. 그 예로 작가 자신을 든다. 그의 경험은 불치병이라는 점 때문이 특별하기도 하지만 그의 절망 전체를 두고 봤을때는 누구든 한번쯤 경험하고 생각해봤을 것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얘기가 거부감없이 다가온다.

물론, 거기서 그치지도 않는다. 동질감을 느낄만한 개개인 뿐 아니라 그 외 사람들도 받아 들일 수 있도록 동질효과와 이질효과라는 이론을 통해서 왜 그게 더 좋은건지 한번 더 설명한다. 설명도 참 잘해서 정말 절망 독서의 필요성에는 대해서는 이견이 없게 만든다.

그 중 특히 “멋대로 영향을 받아서 불쾌해하는 사람을 위해 자신의 슬픔을 억압해서 마음을 위험에 노출시킬 필요는 없다”는 문구가 참 맘에 들었다. 이게 그렇게 맘에 들었던 이유는, 나도 일전에 그런식의 반응을 받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들은 얘기는 “오바하지 마”라는 거였다. 내 딴엔 내가 느꼈던 괴로움, 고통, 슬픔을 표현했던 거였는데 왜 그렇게까지하냐는 듯 과하다며 오바하지 말라는거다. 당시엔 나도 어리고 깊게 생각하지 못해 그저 내가 과했나 하며 넘기고 말았지만, 후에 진중히 생각해보고 나서는 ‘오바해도 좋다’는 결론을 내렸었다. 그걸 괜스리 꺼려하는 사람이 있든 말든, 그렇게 오바할만큼 힘들었던것은 사실이고, 그러는 동안 그 슬픔과 괴로움은 잦아드니 오히려 오바함으로써 그걸 무난히 넘길 수 있는 시간을 버는것 아니겠냐고. 그러니 오바 따위 좀 한들 뭐 어떠냐고. 같은 얘기를 시간이 흘러 책을 통해 읽게 되니 신기하다. 그리고 또 나의 그 생각이 전혀 틀리지는 않았다는것을 알게되어 좋기도 했다.

이 책은, 제목은 절망’독서’지만, 딱히 책만을 대상에 두고 추천하지는 않는다. 영화와 드라마, 심지어는 라쿠고(일종의 오디오북) 까지 다양한 종류를 가리지않고 소개한다. 단순히 소개만 하는게 아니라 어떤점이 좋았고 뭘 느낄 수 있었는지도 함께 얘기하는데, 그래서 조금 리뷰를 보는것 같은 느낌도 든다. 그만큼 하나하나 충실히 소개를 하지만, 그 덕에 소개하는 작품의 수 자체는 그리 많지 않다. 작가가 일본인이라 그런지 모르는것이 많았는데, 기회가 되면 하나씩 접해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소개한 작품 중 가장 인상에 남았던것은 역시 가장 마지막에 소개한 ‘7층’이다. 초반 소개만봐도 대충 이후 전개가 예상 되기에 그렇게 신선하진 않은데 그럼에도 강한 끌림이 있었다. 한국에서는 발행되지 않은 듯한데, 단편이라 제목으로는 잘 검색이 되지 않는 것일수도 있다. 영어본은 쉽게 찾을 수 있는데, 정 못찾으면 그거로라도 함 봐볼까 싶다.

절망을 나는 방법으로 이야기를 추천한것도 좋았고 작품을 추천하는것도 좋았다. 절망에 대해 얘기하는 에세이로도, 좋은 작품을 소개하는 가이드로도 꽤 괜찮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