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서바이벌 가이드(The Zombie Survival Guide)는 영화화도 되서 유명한 세계 대전 Z(World War Z)의 원작자 맥스 브룩스(Max Brooks)의 데뷔작이다.

좀비 서바이벌 가이드 표지

어떤 상황을 만들고 그게 실제처럼 온전하도록 채우고 수정(변명)해 나가는 설정놀음, 그 중에서도 좀비 설정 놀음으로서는 단연 으뜸인데, 작가가 뱉어내는 좀비 설정 자체도 좋지만 그걸 ‘가이드’라는 형태로 냄으로써 좀 더 좀비가 있는 세계를 실감나게 만든것도 좋다. 가이드 뿐 아니라 발생 사례를 함께 수록한것도 더욱 그런 느낌을 살려준다.

다만, 이런 놀이에 흥미가 없는 사람에겐 이상한 말장난이나 ‘지들만의 유희’처럼 보일 수도 있다. 호불호가 갈린다는 말이다. 그래도, 페이크 다큐(Fake documentary)라는게 하나의 장르처럼 자리잡은 지금 이런 놀이에 거부감을 느낄 사람은 적지 않을까 싶다. 애초에 창작 소설이란게 다 그런거지 않은가.

이 책에서 보여주는 좀비 설정은 사실 완벽하지 않은데, 가이드라는 형태를 하고 있다는것도 그 한 이유일 것 같다. 가이드란 특정 상황에서의 행동 요령에 대해서 알려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좀비의 생태가 습성 같은것들은 가이드보다 발생 사례를 통해 알게 되는 것들도 있고.1 그래도, 그 부족함이란게 나사가 빠진듯이 허섭해 보이는것은 아니라서 반대로 채워보는 재미도 있다. ‘나라면 여기는 이렇게..’하고 말이다.

이 후 작품에도 많은 영향을 끼친만큼, 좀비물 입문으로는 꽤 괜찮다. 나중에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 어떤 부분이 같고 어디가 다른지를 비교해보는것도 나름 재미다.

전자책은 좀 아쉬운데, 오타도 눈에 띄고 무엇보다 다른 부분을 언급할때 종이책 기준 쪽수를 얘기해 전혀 쓸모가 없기 때문이다. 전자책에서는 이를 챕터 기준 표기로 바꾸고 링크를 걸어야 했을것을. 그냥 갖고있는 소스를 대충 던져놓은것 같다.

..좀 바꾸라고.

  1. 작가도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세계 대전 Z를 쓴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