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크리브의 괴물도감: 서양괴물’은 서양 판타지 괴물들을 소개하는 일종의 도감이다.

표지

책 제목만 보면 번역서 같기도 하고, ‘쥬크리브’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의 콘텐츠를 가져와 정리한 것 같기도 한데, 놀랍게도 이 책은 그 어느 쪽도 아니다. 더 정확하게는 어느 쪽인지는 물론 그렇지 아닌지조차 분명하지 않다. 대체 쥬크리브가 뭔지 전혀 얘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검색엔진이나 유튜브 등에서도 검색이 되지 않아서 끝까지 의문스러운 것으로만 남는다. 왜 이렇게 했는지 모르겠다.

컨셉도 완전히 정립되지 않은 느낌이다. 능력치를 나열하는 방식이나 전체적으로 도트 그래픽으로 변형한 삽화를 사용하는 등 게임적인 느낌을 살리려 했으나 게임적인 요소를 갖고 있는 건 아니고, 괴물끼리 특성이나 강함을 비교하기도 하나 극소수라 큰 의미가 있진 않으며, ‘괴물을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하나’하는 점으로 흥미를 끌기도 하나 일부 괴물만을 그런 식으로 다루어서 실제로 그런 책은 아닌 등 각 요소가 뭔가 애매하게 조금씩 붙어있는 것 같다. 결국 남는 건 그냥 순수한 도감으로서의 정체성뿐인데, 뭔가 이 책만의 분명한 컨셉이 있었으면 더 좋았겠단 아쉬움이 남는다.

편집도 좀 호불호가 있을 듯하다. 많은 삽화가 있는 것은 좋으나 그게 글을 분단시키기도 하고, 본문과 박스가 섞여 있는 등 썩 편히 읽을 수 있게 된 것은 아니어서다.

삽화의 소스를 너무 여러 곳에서 가져온 듯 외형이나 분위기에 큰 차이를 보이기도 하는 것도 아쉬운 점이다.

조금 다르게, 다양한 삽화를 넣어 그걸 보는 재미 자체도 있는 건 나쁘지 않다. 다양한 소스에서 가져온 삽화를 사용한 것 치고는 게임 같은 도트 그래픽으로 변형함으로써 저질 소스로 인한 깨짐 문제를 무마하고 나름 통일성이 있게 하려고 한 것도 긍정적으로 볼 만하다.

서양 괴물들은 판타지 게임이나 소설 등을 통해 이미 익숙하게 접한 것인데, 그래도 전승이나 개별 픽션에서의 설정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그려지기에 다시 훑어보며 알던 것과 다른 점을 발견하는 것도 꽤 재미있다.

이 리뷰는 책세상맘수다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