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마 노부요리(大嶋 信頼)’의 ‘짜증나는 인간이 내 옆에서 사라지는 책(「ずるい人」が周りからいなくなる本)’은 짜증과 분노를 불러일으키는 사람들에게서 벗어나는 방법을 소개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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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의외로 짜증나게 하는 사람들과 많이 마주치게 된다. 마땅히 지켜야 할 것을 지키지 않는가 하면, 자기 좋자고 이기적이고 뻔뻔하게 굴기도 하고, 내게는 오지 않던 행운을 덜컥 잡아버리는 사람이나 외모와 재력을 타고난 사람을 볼 때는 왠지 모르게 억울하면서 짜증이 올라오기도 한다.

그런데, 냉정하게 따져보면 같은 사람을 보면서도 짜증을 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짜증을 내는 사람은 그런 사람이 너무 신경쓰여 도무지 어찌할 바를 모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그런 사람이 있는지도 모르는 것 같아 보이기까지 하다.

이런 차이는 대체 무엇 때문일까. 저자는 이걸 알레르기와 발작으로 비유해 설명한다.

먼저, 갑작스레 불어오는 짜증과 분노를 ‘심리적인 알레르기 반응’이라고 말한다. 알레르기가 뭐던가. ‘면역 시스템의 오작동으로 이상 과민 반응을 일으키는 것’ 아니던가. 이건 외부 요인 자체는 그렇게 큰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다. 오히려 문제는 그걸 그렇게 받아들이는데 있다는 거다. 살아오면서 짜증을 느끼는 상황이 달라지거나 새로 생긴다는 점, 개인마다 같은 상황에 대한 느낌이 다르다는 점 등을 보면 정말로 짜증은 알레르기와 여러면에서 비슷해 보인다.

그래서 짜증에 대한 분노도 ‘발작’으로 설명이 가능해진다. 알레르기가 재채기와 같은 반응을 일으키듯이 짜증이 분노라는 발작적 행위를 일으킨다는 거다. 그래서 이 행위는 그 자체로는 막을 수가 없다. 알레르기 반응이 심하면 억제제를 사용하듯, 분노 발작도 그와 비슷한 처방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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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저자가 제안하는 것이 ‘암시 요법’인데, 솔직히 앞에서 알레르기에 비유해 설명한 것과 달리 이 부분은 대체의학이라 그런지, 아니면 한 때 이슈가 되었던 ‘내 이름을 불러봐’를 떠오르게 해서 그런지, 조금은 유사과학같은 느낌도 든다.1

저자의 암시요법은 일종의 플라시보(Placebo) 같기도 하고, 7번을 반복해서 묘한 문장을 되뇌인다는데서 경문읽기나 ‘忍(참을인)자 세번’과 같은 원리가 아닌가 싶기도 한데, 사람이나 상황에 따라 다른 문구가 도움이 된다는 걸 보면 조금 신기하기도 하다.

아쉬운 것은 이 문구가 도통 입에 붙지 않는다는 거다. 일본인에게는 어떤지 모르겠으나, 나에게는 쉽게 바꿨다는 문자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다.

일종의 요약인 ‘짜증나는 인간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법’이 책 본문과는 조금 다른 내용인 것도 좀 걸린다. 책은 요약하자면 ‘어차피 남은 바꿀 수 없는 것. 받아들이는 법을 바꾸자.’에 가까운데, 정리 페이지에서는 ‘대처법’이라고 해서 남을 거절하거나 경고하는 등의 내용이 나와있어 좀 상반되지 않나 싶기도 했다. 내 심리를 위한 짜증 다스리기와 다른사람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행동은 달라야 한다는 것인가.

인간관계는 참 어려운 것이다.

  1. 대체의학과 유사과학은 엄밀히 말하면 좀 다르다. 유사과학이 사이비와 같은 것이라면, 대체의학은 그보다는 명확히 해명되지 않은 것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경험적으로 효능을 보아온게 많아서 그렇다.